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최덕기 주교)는 「문화의 복음화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11월 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었다. 한국교회에서 「문화의 복음화」가 공론화 된 자리는 이번 세미나가 처음으로 90년대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는 「문화사목」과 비전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의 장을 제공했다는데 의미를 더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문화의 복음화」가 복음과 삶의 접촉점을 찾고 삶의 환경을 복음화해 올바른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도록 하는 대안문화로 나아가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꾸준한 관심, 투자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안됐다. 다음은 각 발제의 주요 내용이다.
▨ 발제1 「문화의 복음화란 무엇인가」-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문화 복음화」의 필요성은 ▲급변하는 시대의 요청 ▲양적 선교의 한계 ▲복음과 문화의 밀접한 관계 ▲교회 쇄신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문화 복음화」는 그리스도교적인 토착화로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적합한 선교와 사목의 형식이며 내용이다. 즉 문화적 접근을 통해 하느님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것, 「어떻게 하면 신자로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닌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다.
이는 곧 각 분야의 문화예술과 교회 매스미디어 등을 통한 「문화에 의한 복음화」, 일반 문화를 받아들여 교회문화로 만드는 「문화를 통한 복음화」, 대중문화를 우리 삶의 환경으로 적극 인식하고 생명의 문화로 가꾸어가는 「문화에 대한 복음화」를 동시적이며 포괄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전체적인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문화 복음화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화 복음화」가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연구, 이론화, 프로그램 개발, 교육을 담당할 연구소 혹은 문화사목센터, 재정적 지원과 문화교육이 절실하다.
▨ 발제2 「한국신학의 관점에서 본 문화의 복음화」-황종렬 박사(평신도 신학자)
「복음화」를 내세워 문화를 대상화하고 도구화할 때 문화-종교적 폭력이 유발된다. 복음화를 이루는 주체들이 문화와 형성하는 관계유형에는 「거부형」과 「활용형」이 있고, 이 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적 복음화 방식으로 예수의 관용과 사랑에 토대를 둔 참 신앙살이인 「대화형」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인간의 자유, 상호 돌봄에 근거한 「우애」와 「현존의 증거」 방식이다. 「상호복음화」란 「우애」와 「돌봄」, 「현존의 복음」이다. 그리스도교 문화와 여타의 모든 문화는 복음화와 관련해 주체, 도구, 대상의 위치에 있을 수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주체이자 도구이며 대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상호복음화」이다. 교회는 이미 관계로서 복음과 문화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존재하고, 존재 이유를 실현해나간다. 「우리 교회는 과연 우리 시대의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우리 교회 복음화의 질이 달려있다.
▨ 발제3-「한국교회 문화의 복음화 현황과 나아갈 길」-김원철(평화신문 기자)
「문화 복음화」를 위해서는 우선 교회의 인식 변화와 투자가 시급하다. 또 전략을 수립할 공조와 협력 그에 필요한 기구가 필요하며 외부자원도 적극 활용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 복음화 인프라 구축이다. 문화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에 시도만 하고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각종 문화 관련 시설물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지역사회 문화 인프라로서 일정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문화 복음화」 투자를 0순위로 두고 교회는 그간의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21세기 문화 복음화 사업에 나서야 한다.
■ 개신교의 문화 복음화
90년대 들어 ‘문화사역’ 활발
기독문화시장 이란 말까지 생겨
개신교의 문화 복음화 노력은 천주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문화사역의 현주소와 전망」을 주제로 4번째 발제를 한 장성배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에 따르면, 개신교는 90년대 들어서 「문화선교」 「문화사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기독문화시장」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활발히 문화선교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대중적인 찬송가를 부르는 CCM 가수들의 인기 순위는 젊은이들의 관심 대상이 될 정도이고 인터넷과 출판 분야도 활발하다.
문화사역의 구체적인 예로는 열린예배,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CCD(〃 Dance)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케노시스 기독교영상문화연구소, 낮은 울타리 등이 각 분야에서 활발한 문화사역을 하고 있으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대중문화에 대한 감시 비판 활동을 전개해왔다.
장교수는 진정한 변혁적 힘을 가진 선포는 교회 공동체가 문화 안에서 세상과 함께 사는 가운데 하느님 나라의 삶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따라서 문화선교는 기독교적인 삶의 대안을 형성하는 문화운동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활동들 역시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생명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교회가 문화선교비를 예산에 책정하고, 문화사역자들을 격려하며 기독문화상품을 자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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