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반(反)그리스도교 성향의 저작들에 대하여 알아봤다. 그 가운데 소설 「다빈치 코드」가 최근 초베스트셀러로 급부상하여 널리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요즈음엔 이 책이 곧 영화화될 예정이며 헐리웃가에서는 배우들이 누가 주인공을 맡을 것인지를 놓고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예수님의 실제 삶에 대하여 혼돈에 빠진 자녀들에게 어떻게 사실자체(ipso facto)를 해명해야 할지 곤혹스러워하는 신자들로부터 SOS(긴급구호요청) 타전을 몇 차례 받았다. 심지어 60대를 넘긴 이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나서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일일이 맞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소인(小人)스럽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지만, 단 한명의 영혼을 구한다는 것이 워낙 소중한 일이기에 그런 미련에서 반박자료들을 모아 소개한다.
‘다빈치 코드’에 대한 반박 기사문들
국내외 신문에 게재된, 소설 「다빈치 코드」에 대한 비판 기사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스페인 평론가 까사벨라(F. Casavella):
『「다빈치 코드」는 60년대부터 나온 이런 부류의 소설 가운데 가장 넌더리나는 소설이다. 댄 브라운은 문학 공부에 있어 일 학년도 못 뗀 것 같다. 지루하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 듣는 성배와 다빈치와 오푸스데이를 섞은 이론을 설명할 때 엉성하고, 독자를 바보라고 생각해서인지 대충대충 이야기한다. 줄거리를 만들 때 나중에 쓸모 있게 보이도록 하는 자료들과 등장인물들의 말도 엉성하고, 주인공이 하는 연구도 비논리적이어서 이 소설가가 공부하지 않은 사람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중략)
이 모든 것을 용서할 수는 있지만 이 소설이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뿐만 아니라 마치 가치가 있는 책처럼 팔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댄 브라운과 그의 코드는 에드 우드의 영화 같다. 이 저질 책을 팔지 않으려 했고 지금도 이를 후회하지 않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은 아직도 양심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El Pais)
-중세 역사평론가 산드라 미셀:
『이 책은 가톨릭 교회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인준한 오푸스데이가 모욕을 당하고 있다. 오푸스데이의 한 수사(브라운은 오푸스데이에 수사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를 막달라 여인에 관한 비밀의 누설을 저지하고자 사람을 죽인 암살자로 그리고 있다. 나는 오푸스데이 회원은 아니지만 시카고에서 운영되는 중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어 오푸스데이를 잘 알고 있고 그들의 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New York Daily News)
-소설가 신티아 그레니어:
그는 『이 소설은 지나친 여성의 시각으로 그리스도교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누가 뭐래도 나는 이 소설을 사지 않겠다. 상상적인 이야기를 비논리적으로 섞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중세 아더 왕의 기사들이 찾던 성배가 원래는 막달라 마리아의 배였다는 것을 상상해 볼 수도 없다. 다빈치 코드는 잊어버려야 할 소설이다』라고 했다. 또한 댄 브라운이 저지른 수많은 역사적, 지리적 실수를 지적하면서 『이 소설가에게 그리스도교의 역사입문서와 지도를 보내줘라』고 했다. (Weekly Standard)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과 라은성 교수:
라은성 교수(45)는 최근 개신교 인터넷 매체인 「크리스천 투데이」에 「댄 브라운 다빈치 코드 비판」이라는 글을 3회 연재했다. 라 교수는 『다빈치 코드는 소설이라는 미명 아래 진리를 왜곡하고 허위를 전파했다』며 『개신교의 주요한 진리인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를 파괴하려는 선정적인 글』이라고 비판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와 은밀하게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 소설의 주장에 대해 라 교수는 『성경은 막달라 마리아가 주님의 부활을 처음 목격했고, 예수로부터 병을 치유 받은 뒤 그를 따르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됐다고만 적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대 페르시아의 「미트라스」라는 신이 12월 25일에 태어나 죽어서 바위무덤에 묻혔다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미트라스」 신앙에서 기독교가 유래됐다는 소설 내용에 대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뒤 사흘 만에 부활한 것은 실제사건이며, 이런 내용은 「미트라스」 신앙보다 더 오래된 구약성경에서 예언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 교수는 끝으로 『다빈치 코드는 1986년 미국에서 나온 「성혈과 성배」라는 책의 줄거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신문 「크리스천 투데이」: 동아일보에서 재인용)
-「성혈과 성배」의 저자 3명 중 마이클 바이젠트와 리처드 레이는 최근 이 책을 발행한 미국 출판사 더블데이의 모회사 랜덤하우스를 상대로 표절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sunday telegraph)
단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을 위해서도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다빈치 코드」는 20여 년 전 발간된 「성혈과 성배」라는 책의 구성을 그대로 차용하여 그것을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함으로써 흥행에 성공한 책이다.
그런데 「성혈과 성배」의 가정과 주장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반론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필자 역시 근간 「이것이 가톨릭이다: 진리는 아무리 흔들어대도 진리」(가톨릭신문, 2004)에서 그 허구 및 왜곡을 바로잡으려고 부족한 자료들을 정리해 봤다. 독자들께서 참고하시고 주변의 헤매는 양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셨으면 한다.
거짓에는 진실로 맞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거짓을 거짓이라고 일축해 버린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순진한 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그 진상(眞相)을 알고 싶어 하는 갈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갈증을 해소해 주지 않으면 그 피해자는 결국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불행한 사태에 처하게 될 것이 뻔한 일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거짓에 속아 넘어가 신앙을 잃고 그리하여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크나큰 일이다. 예수님께서 물으신다. 『너희 가운데 누가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한 마리를 잃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루가 1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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