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간 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윤리·법·사회적 함의(ELSI)연구팀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다수인 69.0%는 GMO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러한 거부감은 유럽연합(EU)과 거의 유사하다. 지난 2002년 EU 1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11개 국가는 GMO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핀란드 등 4개국에서만 약간의 지지 반응이 나타났을 뿐이다. 미국에서도 2003년 조사 결과 GMO에 대한 반대 의견은 48%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 반면 찬성 의견은 불과 25%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생명공학계가 GMO의 이점에 대해서 강변하고, 일부 초국적 기업들이 GMO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대중적으로는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GMO에 대해 적극 지지하는 정부와 과학기술계에서도 좀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찬반 논란의 쟁점
그러면, 이러한 GMO에 대한 찬반 논란에서 핵심적인 쟁점들은 무엇인가.
GMO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첫째,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다. 상이한 종의 유전자를 도입해 만들어진 GMO는 인류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식품이라는 점에서 수천년 동안 먹어 이미 검증돼 온 다른 식품들과 달리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GMO는 환경 파괴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해충 및 제초제 저항성 GMO가 지닌 저항성 유전자는 쉽게 생태계 속으로 전이되고 그에 따라서, 해충과 잡초들이 저항성 유전자를 지녀 방제 자체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또 변종이 출현해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고, 그로 인해 생명다양성이 파괴되고 획일화됨으로써 자연생태계의 순환 구조를 파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GMO는 유기농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유기농업은 자연생태계의 원할한 순환 구조에 의존하게 되며, 따라서 자연 환경의 청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GMO가 재배되는 지역 안에 유전자가 전이됨으로써 유기농업 자체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의 농업 및 식량 독점이 가속화된다는 우려이다. 녹색혁명으로 인한 식량 증산의 이익이 농민과 소비자보다는 이들 다국적 기업들의 독점적 이윤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은 이미 공감대를 갖고 있다. GMO 개발과 관련해서도 다국적 기업들은 생명공학과 GMO를 매개로 종자, 농화학, 제약, 식품, 곡물유통, 동물약품 분야를 수직통합해 독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종자 주권과 식량 안보를 총체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그 외에도 GMO 개발과 확산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양산, 생명특허나 소비자 권리 침해 등의 윤리적인 문제들을 대거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앞에서도 보았듯이 국민 대다수가 GMO의 위험성에 대해 불안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결여된 채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GMO 개발은 국민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면 이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부족한 식량 문제 해결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즉 해충과 잡초에 대한 저항성을 강화하는 등 원하는 품종의 개량을 통해 식품과 곡물 생산의 효율성을 기하고 대대적인 식량 증산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염분이 높거나 기온이 높은 극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을 만들거나, 수확 시기를 대폭 단축하거나 수확량 자체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냄으로써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이점을 지닌 GMO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지금도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아프리카 등 제삼세계 저개발국의 식량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둘째는 질적으로 식품의 영양을 개선해준다는 것이다. 식품의 맛과 영양을 향상시킬 수 있고, 특별한 약용 성분을 생산함으로써 인류의 질병 치료와 기아에 허덕이는 제삼세계 국민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식품에 부족한 영양분을 동식물의 경계를 뛰어넘어 도沌?수 있게 됨으로써 한두가지 식품으로도 충분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제초제 및 살충제의 사용을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 문제와 관련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농약 사용을 덜 해도 되므로 농약에 의한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으며, 결국 소비자들은 농약이 덜 묻은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라별 입장
이러한 GMO에 대한 각국별 입장은 어떤가. 한마디로 전세계적으로 GMO에 대한 찬반 논란은 현재로서는 반대의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GMO가 가져올 수 있는 이익에 대해서 부분적인 기대와 지지가 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짙고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GMO에 대한 반대 입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각국 정부가 GMO 의무 표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추세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GMO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가톨릭교회 차원에서는 이에 대한 특정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교황청이 처음으로 GMO 관련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03년 11월 10일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GMO의 기술, 경제적 측면과 환경 및 보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는 국제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의장인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은 GMO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인식이 미래의 윤리적 사목적 인식을 위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GMO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GMO에 대한 논의 자체가 GMO 조작 기술자들, 즉 생명공학자들과 이를 보급하려는 정치인들에 의해 지배적으로 이뤄졌음을 지적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합의와 검토, 윤리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때의 세미나에 앞서 필리핀과 브라질, 남아프리카 주교회의는 자국에 GMO 식품이 수입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는데, 필리핀 주교회의는 회의 시작 수일 전에 서한을 통해 GMO 식품이 장기적으로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환경 측면에서도 적절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주교회의는 훨씬 전인 2000년 12월 1일, 주교단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유전자 조작은 부정확한 기술로서 GMO의 장기간 섭취는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GMO를 생산, 유통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은 하루 전인 2000년 11월 30일, 유엔에서 아고스티노 마르케토 대주교의 연설을 통해 GMO의 이점이 지금까지 선전된 것은, 안전성이나 식량에 대한 개도국의 필요성이 아니라 상업적 이익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비판하고 건강에 대한 위험, 환경 훼손,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우려의 한편으로, 전세계에서 8억2600만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의 상태에 있으며, 2015년까지 이 수치를 반으로 줄인다는 유엔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GMO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마르티노 추기경은 GMO에 대한 기대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2년 12월 17일, 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오랫동안 GMO 식품을 섭취했으나 건강의 문제는 없다면서, GMO 논란이 과장된 감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구적인 기아 현상과 관련해, GMO의 위험성이 반드시 제대로 평가돼야 하지만 기아 사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데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황청이 GMO와 관련해 단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기아와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제삼세계 인구들의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 이유가 있다. 그래서 GMO 식품이 인간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해악이 보통 식품에 비해서 크지 않다면, 그 기술을 아프리카처럼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를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교황청이 GMO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는 이유다.
결국, GMO 문제는 아직 완결된 논의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교회가 GMO 사용을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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