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3년부터 시작된 한국교회 어린이 미사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 미사 시간을 토요일 오후에서 주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교회는 어린이 신앙교육을 위해 가정미사의 활성화는 물론 부모와의 연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사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톨릭대 사목연구소(소장=박일 신부)와 서울대교구 교육국(국장=김영국 신부)이 11월 3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진리관 대강의실에서 개최한 「어린이 미사 이대로 좋은가? - 어린이 미사의 실태 진단과 대안 모색」 심포지엄은 서울대교구 소속 72개 본당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어린이 미사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지향적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한 자리였다.
김영욱 신부(의정부교구 어린이사목부장)는 「어린이 미사 현황 분석」에 대한 발제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토요일 오후에 봉헌되는 어린이 미사와 가정의 행사가 겹칠 경우 가정 행사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어린이 미사 시간에 대한 더욱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신부는 이어 『설문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의 미사 참석률은 평균 64%를 웃돌지만 어린이들이 독서와 복음낭독, 묵상에 제대로 참례하지 못하는 등 미사 관리방법이나 주일학교 지도의 질적인 문제가 드러났다』며 『사목자와 부모, 주일학교 교사가 어린이 신앙 지도를 위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영국 신부(서울대교구 교육국장)는 「어린이 미사에 대한 사목적 전망」이란 주제 발표에서 『교회의 어른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어린이 미사 시간을 「변두리 시간」인 토요일에 고정시켜 놓은 것』이라며 『「주님의 날」을 거룩하게 보내고, 주일의 의미를 상기해야 한다는 면에서 어린이 미사를 주일에 지내는 것은 어린이에게도 좋은 일이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신부는 또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드리는 가정 미사를 통해 신자 재교육 및 어린이 신앙교육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며 『가정 미사는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거행하는 공동체 미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신부는 가정 공동체 미사의 활성화를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다양한 전례 동아리 구성 ▲수도자, 교사, 부모가 함께 하는 성서 공부반 운영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참여하는 주일학교 활동 등 교회 차원의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한편 김종수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어린이 미사의 탄생과 전례적 적응」이란 발제에서 『우리가 쓰고 있는 현행 「어린이 미사」 책은 로마 표준판 「미사 통상문」을 거의 그대로 따르다가 때때로 「어린이의 말」로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며 『어린이들이 미사 전례에 「흥미」를 느끼며 집중해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미사곡이나 사이 노래들의 가락을 다양하게 작곡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서울대교구 본당 ‘어린이 미사’ 설문조사
가정미사로 발전 ‘바람직’
어린이 미사의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7∼8월 한달 동안 서울대교구 소속 전체 215개 본당 어린이 미사 담당 사목자와 수도자, 주일학교 교감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또한 학부모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는데, 이 부분은 지구별로 4개 본당씩을 표본으로 총 72개 본당에 대해서만 실시했다.
지금까지 교회 내에서 어린이 미사와 관련한 실질적인 조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이번 설문 조사는 어린이 미사의 「담당자」와 「참여자」를 그 대상으로 다양한 층의 의견을 수렴했고, 보다 현실적이고 다양한 문제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서울대교구에 국한돼 지역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분석이 없었고, 대안 모색보다는 현실 상황 분석에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교구 내 많은 본당(60%)이 토요일에 어린이 미사를 거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사 시간은 오후 3시와 4시가 가장 많았고, 미사 시간은 대개 50분 전후로 보고됐다. 또 미사는 모든 학년이 다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사제, 수도자, 교감, 그리고 부모들은 대부분 토요일 오후 미사 시간이 적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적당하지 않다고 말한 경우, 대부분 주일 오전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부모들의 경우 토요일 오후가 적당하지 않은 이유로는 가정 행사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지적했으며, 「공부에 방해된다」고 대답한 경우는 1.4%에 그쳐 어린이 미사 참여와 학업과의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들은 어린이 미사와 가정행사가 겹칠 때 가정행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주 5일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어린이 미사를 주일로 옮겨야 한다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가정미사와 관련해서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미사에 참례하는 것에 대해 사제와 수도자들은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어린이 미사를 가정 미사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과반수가 찬성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주일학교 교감들은 가정 미사에 대한 찬성 의사 비율이 낮았다.
가정 미사와 관련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들만 따로 모여 미사를 드리는 것과 가족이 다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것에 대해 향후 심도 있는 논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정 미사 프로그램 개발, 가정 미사와 가정 성화, 미사와 자녀 신앙 교육의 연계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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