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랑과 삶은 이미 그 자체에 「권력게임」적 요소를 담고 있다. 사랑도, 삶도, 선택의 기회 없이 무작위로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이미 권위적이요, 복음서가 말하는 완벽한 사랑, 즉 타자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깊은 사랑은, 철저히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또한 이기적일 수 있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어서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운명도, 사랑도 아니기에, 상대측의 오만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거기에서 돌아서지 못한다. 우리 어머니들이, 견디기 힘든 가부장적 전통과 고부간의 숨막히는 긴장을 견딜 수 있던 것은, 비범하고 때로는 불가해하기만한 자식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 사랑한 사람은 덜 사랑한 사람의 폭력과 예의없음을, 그리고 그걸 바보같이 견디고 있는 누추한 자신을 수용하는 능력까지도 소유하게 되는 것일까. 그녀들의 주름 속에, 긴 세월 쌓아온 복합적인 감정의 흔적과 섬뜩할 정도로 강한 사랑의 잔해를 느끼게 되는 것은, 나 역시 부모님의 희생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면서 나만의 행복을 추구해온 철부지 시절을 지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살펴볼 아가서 부분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솔로몬」으로 상징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다면 누구나 그 어떤 힘도 범접치 못할 권위와 호사스러움, 그리고 밉지 않은 오만함과 권력을 소유하게 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솔로몬의 결혼식(3, 6~11)
밤거리를 찾아 헤매던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 무대는 솔로몬의 결혼식 장면으로 이동된다. 갑작스런 전환과 누가 화자인지 분명하지 않은 히브리 본문, 더욱이 지금까지 적용되어왔던 「대화」(듀엣)양식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장면과 이전 본문들 사이의 뚜렷한 단절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솔로몬의 결혼과 아가의 두 연인이 가지는 연관성인데, 본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솔로몬과 그의 신부가 가장 호사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생에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샬롬」(shalom)에서 파생하였다. 아마도 이 이름이 3번이나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7, 9, 11절), 그것이 제시하는 「평화」-「지혜」의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함인 듯하다.
결국 「솔로몬」의 등장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모두 솔로몬처럼 평화와 지혜를 소유하게 됨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아무리 보잘 것 없고 가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솔로몬 임금에 견줄 만큼 호사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의 몸에 대한 찬가(4, 1~7)
4, 1에서는 지금까지 묘사된 결혼식 장면이 사라지고, 솔로몬이라 불리는 신랑이 자기 신부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내용이 전개된다. 여인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찬가는 아랍을 비롯한 고대 근동의 전통에서 항구하게 등장하는 요소이며, 특별히 아가는 근동의 연애시 전승에 자신들의 셈족 사고와 유목 환경, 그리고 솔로몬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통합함으로써 그들만의 고유한 노래를 만들어내었다.
신체적 조건에 대한 심미적 표현은 그녀의 품성과 인간됨, 정신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으로 마무리되는데, 마지막에 등장하는 『흠이 하나도 없다』는 표현(7절)은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찬사이다.
이는 창세기의 언급과도 연결된다. 보기에 『참 좋은』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 함은, 역으로 인간에 대한 그분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간절한 것이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다고 말해주기
한국 남성들이 자기 내면 표현에 약하다는 점은 이미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건조한 감수성 때문일까, 아니면 연습부족 때문일까.
충분히 아름다운데도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설사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결코 말해주는 법이 없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어느 순간 철저히 이기적이고 무심한 표정으로 돌변하는 그 낯선 얼굴에는 어느 누구도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솔로몬이 그의 신부에게 바친 최상의 찬미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그 오십분의 일만이라도 표현해준다면, 그래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혹은 어머니에게 용기를 내어 당신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건 그분들께는 평생동안 결코 잊지 못할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이런 사소한 행복과 사랑을 실천하시는 남성이라면, 저 역시 대한민국 여성의 한 사람으로 당신께 엄지를 치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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