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위동본당(주임=송명은 신부) 마당에서는 매 주일 오후면 어김없이 작은 「찻집」이 열린다. 성당은 차를 든 신자들이 풀어내는 한 주간의 회포로 잠시 활기를 띤 어시장에 와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다.
『화단에 웃자란 가지를 쳐내야겠는데요』 『그러게나 말이야』
만발한 웃음꽃 사이로 이내 진지한 표정이 되는 이들이 있으니 이들이 바로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차 봉사를 하며 장위동본당의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신우회」 회원들이다.
「신우회」(회장=윤맹근)가 생긴 것은 지난 1979년, 당시 본당주임이던 양홍 신부의 권유로 모임을 발족해 올해로 꼭 25주년을 맞았다. 남성신자들이 중심이 돼 본당 내 첫 봉사단체로 시작된 신우회의 활동은 차 봉사에 그치지 않는다. 청소에서부터 화단 가꾸는 일은 물론 성당의 조그만 문짝 하나 고치는 데도 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본당에서 마련하는 각종 대내외 행사에서도 이들은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활동중인 회원은 35명. 한의사를 비롯해 건축사, 목수, 광고기획자, 봉제업자, 개인택시 운전사, 인쇄업자 등 직업도 저마다 다르다. 이런 가운데 팀을 이뤄 활동을 하다보니 각자가 지닌 달란트를 서로 나눠 가지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바쁜 사회생활로 친목 모임조차 쉽지 않은 30대에서 50대 사이의 청장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우회 회원들의 넘치는 사랑은 곳곳에서 빛을 발해왔다. 지난 86년 경기도 포천의 한 나환우 정착촌과 자매결연을 맺어 10년 넘게 한방 진료를 비롯해 공소 짓기, 가정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번듯한 자립공동체를 이루게 하는데도 한 몫을 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매달 마지막 주일마다 노인복지 시설인 서울 정릉의 「안나의 집」을 찾아 노인들에게 기쁨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차 봉사를 비롯해 신우회가 펼치는 이런 대부분의 활동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회비가 밑거름이 돼 이뤄지고 있어 봉사의 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나아가 93년에는 50살이 넘은 회원들을 중심으로 성 김대건 신부의 부친 이름을 딴 「제준회」를 분리 설립해 본당 노인분과 활동을 지원토록 하는 등 단체 활동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신우회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꾸준히 영성을 다져온 회원들의 노력이다. 매년 봄 가을로 부부동반 성지순례를 다니며 신심을 다지는가 하면 연 2회 피정을 하며 평신도로서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또 한해 사업계획을 짤 때 성서공부를 우선적으로 마련해 수시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윤맹근(바오로.52) 회장은 『함께 나누는 삶을 통해 다져지는 친교가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며 친교가 바탕이 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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