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죽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다고 아버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형으로 또 다른 가족이 내가 겪은 고통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난 1988년 괴한에게 부친이 피살되는 쓰라린 기억을 딛고 사형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 「화해를 위한 살인피해자 유족회(MVFR)」 대표 로버트 레니 쿠싱(51)씨는 『사형폐지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대안』이라는 말로 사형제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이 11월 22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마련한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쿠싱씨는 『범죄 피해자 지원이 사형제 폐지운동과 함께 이뤄져야 생명의 문화 회복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정부의 손길이 오히려 아픔을 건드리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1980∼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뉴햄프셔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며 내부고발자 및 형사사건 피해자 보호법안 등이 통과되는데 일조하는 등 피해자 권리보호문제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를 사형폐지운동에 접목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지난 25년간 317명이 사형을 선고받은 뒤 오류가 드러나 집행이 취소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 쿠싱씨는 『흉악범일 경우라도 가석방 없는 종신제로 사회적 정의는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히 그는 『사형폐지운동은 「범인인권 보호」가 아니라 피해자를 온전히 치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피해자측에 각종 상담과 법률적 정신적 지원을 해주는 사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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