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실체를 보고 싶은가? 그러려면 「문」을 열어야 한다. 『눈은 감옥』이라는 말이 있듯이, 문 안만을 보고 있을 때, 그 문 밖에 서있는 구원의 실체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도, 사랑도, 하느님도, 언제나 줄곧 내 마음의 문밖에 서성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때, 어긋난 삶은 비로소 가볍게 풀릴 수 있다. 세번째 노래의 후반부와, 찾아온 연인을 향해 문을 열어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네번째 노래를 함께 읽어보기로 한다.
레바논으로(4, 8~15)
여기에서는 「레바논」이라는 새로운 모티브가 도입되고 있는데, 처음과 중간, 마지막에 등장함으로써 단락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8.11.15절).
레바논은 팔레스티나 지역 최북단에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헤르몬산으로 유명하다.
이 신비의 땅이 아가의 여주인공에게 비유되고 있다는 것은, 그녀가 그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움을 표현해준다.
또한, 자신의 신부를 『누이』라고 부르는 것이 눈에 띄는데(4, 9.10.12 5, 1), 이렇게 연인을 「누이」 혹은 「오라버니」로 부르는 관습은 고대 이집트의 연가에서 자주 발견된다.
12~15절은 이제 여인을 「정원」과 「샘」으로 표현한다. 근동지역의 척박한 기후를 염두에 둔다면, 정원과 샘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파라다이스적 표상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랑하는 연인끼리는 서로가 생명과 구원의 장소가 됨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정원에서(4, 16~5, 1)
이제 노래를 부르는 주체는 다시 여인이다. 그녀는 자기 몸에서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켜, 연인을 자신의 정원으로 초대하고자 한다(16절).
연인이 도착하고, 몰약, 발삼, 꿀, 젖, 포도주에 취한다는 표현(5, 1)은 이제 두 사람이 온전히 결합했음을 표현한다. 주변 사람 모두 「사랑에 취하라」는 권고로, 세번째 노래는 마무리된다.
5, 2~6, 3(네번째 시)
네번째 노래는, 연인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던 아가 3, 1~5과 매우 유사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밤늦은 시간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연인에게 여자는 문을 열어주지만(5절), 어찌된 일인지 그는 벌써 사라지고 없다. 이렇게 해서 다시 시작된 이별은(6절) 여인의 새로운 방황과 고통을 예고한다.
그녀는 밤거리를 찾아 헤매지만, 이번에는 연인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구타까지 당한다(7절).
이 때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이 등장하고(9절), 여인은 그들에게 연인에게 『사랑 때문에 앓고 있다』고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2, 5참조).
야경꾼들의 폭행으로 고통스러운 그녀는 그 아픔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애처로운 애원에 아가씨들은 연인의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사로잡았는지를 묻는다(9절). 그 답변으로 여인은 자기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5, 9~16).
아름다운 남성에 대한 찬사는 성서전통에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주제로서, 요셉(창세 39, 6), 다윗(1사무 16, 18), 압살롬(2사무 14, 25) 등이 출중한 용모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이의 모든 것이 멋지다』고 얘기하는 여인(16절)의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한 친구들은 이제 그를 찾아 나설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6, 2~3은 또 다른 내용상의 균열을 드러낸다. 지금껏 연인을 찾아 헤맨 여인이, 남자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정원」에 있다는 것인데(5, 1 참조), 연인의 근황에 대한 앎은 그녀가 사랑을 다시 찾았음을 암시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음의 정원
어느 공간에 들어가면 유독, 그 공간을 규정지어 주는 향기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내게는 유학시절 학교 도서관이 그런 곳이었다.
서향(書香)이 강한 그곳…. 고서일수록 높은 층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층계를 오를수록 정신을 잃을 만큼 강한 향기에 취하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향기만으로도 학문의 존재감을 느꼈던 것일까….
아가의 여인은 자신의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켜 연인을 부르고(4, 16), 이제 그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정원(자기 자신)에 찾아와 있음을 깨닫는다(6, 2~3).
각자의 마음 안에서 향기로운 바람 불러일으키며 존재하는, 그 무엇을 한번쯤 기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계절이다.
초겨울이지 않는가. 그 추억과 조용히 재회할 때, 잊고 있었던 과거와도 조우할 수 있고, 그런 조우를 통해 나의 현재와 존재감을 다시금 조명해 볼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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