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구의 시장사목은 해당 시장의 특성에 따라 장터미사, 일대일교리, 그리고 시장 기도모임 등의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교우들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토는 「행복하이소!」란 인사말이다.
장터미사는 시장에서 신부가 상인들을 상대로 미사를 드리는 것인데, 시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미사 장소는 푸줏간에서부터 백화점의 암실 같은 창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상인 교우들의 터전을 잠시 빌려 드리는 미사라 물론 본당 전례같은 장엄함도 격식도 부족하지만, 시장 특유의 생기가 있어 감회가 늘 특별하다.
일대일 교리란 가게를 방문해서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게도 중요하게 보는 효율면에서 보자면 「돈 안 되는 일」일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에 초점을 맞추고 교류하는 방식의 교리반은 그 형태 자체가 실적 위주의 「대량생산」 분위기에 속속들이 물든 우리 사회에 대단히 그리스도교적인 증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장 기도모임은 장사가 끝난 저녁시간에 8~10명 정도의 상인들이 모여서 해당 주간의 주일 복음을 읽고 묵상하고 복음 나누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도모임을 1년 가까이 하다 보니 서로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정도 들만큼 들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디서 쉽게 터놓을 수 없는 애환들이 진솔하게 다 펼쳐진다.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가슴 아픈 대목에서 함께 짓는 탄식이 가난한 삶의 이야기들에 자연스런 추임새를 넣는다. 너무 힘든 이야기를 들을 땐, 다 함께 손을 잡고 우리 가운데 계신 주님께 기도 드리기도 한다.
그 모임에서 들었던 몇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식육점을 하는 어느 자매님은 고기를 썰면서 『소야, 소야 너는 참으로 착하구나! 살아서는 우리를 위해 일하고 죽어서는 고기까지 내어주는구나. 나도 시장에서 일하면서 너의 착한 마음을 닮게 해주려무나』하고 죽은 소에게 말을 거는가하면, 평생을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선회를 장만하는 자매는 『주님, 오늘 하루도 이웃상인들과 잘 지내게 해 주시고, 저희 가게의 생선회를 먹는 손님들에게 건강을 주소서!』하고 기도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수십년 동안 손님들이 회를 먹고 탈이 난 적이 없다면서 이만하면 장터의 하느님이 살아계시지 않느냐고 반문도 한다. 반찬가게의 자매님은 세례후 곧 냉담하게 되었는데 미사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꾸 자리를 피하더라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양념냄새 때문이었음을 알고 성당에 발걸음을 피하게 되었다 한다. 그런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던 차에 온갖 밑반찬 냄새 흥건한 장바닥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으니 요즘은 너무 기뻐서 김치를 치대면서도 성가가 절로 나오고 기도도 그렇게 흥겨울 수 없다고 한다.
각박해져만 가는 이 사회에 우리 시장통 자매님들의 소박하고 단순한 마음들이 작지만 따뜻한 한줄기 빛의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아, 기도모임에 참석하는 장돌뱅이 신부의 마음도 그때마다 절로 훈훈해진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우리 장바닥 식구들의 가난한 마음처럼 진정 『행복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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