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곰돌이처럼 엄마하고 떨어져 혼자 자는 사람 있어요?』 『저요』 『저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유치원. 1급 시각장애우 조미은(36)씨가 물음을 던지자 이야기에 몰두해 있던 아이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대답하겠다고 나선다. 15분간의 동화구연 막바지다. 비록 아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조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상상해본다.
선천적 장애로 지금까지 한번도 빛을 볼 수 없었던 조씨가 동화구연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하상장애인복지관(관장=정진모)의 「동화구연가 양성교육」 덕분이다.
복지관은 지난 8월부터 20회에 걸쳐 시각장애우 17명을 대상으로 동화구연가 양성교육을 실시했다. 복지관은 「시각장애인 직업=안마사」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시각장애인들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 도중 9명이 중도 포기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교육을 수료한 8명의 시각장애우는 11월 11일부터 5주간에 걸쳐 서울 강남구내 4개 유치원 8개 반에서 시연을 갖고 있다.
조미은씨는 『눈을 마주보며 대화해야 서로간의 교감을 높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해 두렵고 걱정스럽다』면서도 『동화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소리를 듣다 보면 그 동안 고생한 것을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우들이 정식 동화구연가가 되기 위해서는 동화구연가 대회에서 입상해야 한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뿌리깊이 박혀있는 장애우에 대한 편견은 이들이 넘어서야 할 또 다른 산이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마련된 동화구연가 양성교육은 시각장애우들의 자립과 자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의=(02)451-6000 하상장애인복지관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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