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두 나라 교회가 딛고 선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온 한일주교 교류모임이 사귐을 통해 나눔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가게 됐다.
한·일 양국의 주교들은 11월 16∼18일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제10회 한·일주교 교류모임을 갖고 지난 1996년 첫 모임 이래 다져온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관계를 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측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 등 18명, 일본에서 주교회의 의장 노무라 주니치 주교를 비롯한 도쿄대교구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 등 13명의 주교가 참석해 역대 최다인 30여명의 주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열린 이번 모임에서 양국 주교들은 향후 지속적으로 모임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두 나라 주교들은 모임이 역사적 문제를 둘러싼 만남에 머물기보다는 사목자로서 부딪히는 현실적이고 사목적인 문제까지 나눌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목의 연관성을 지닌 양국 주교회의 유관 위원회 담당 주교들간 에 세분화된 사목적 과제를 중심으로 나눔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특히 양국 주교들은 그간의 모임을 통해 주교간 교류뿐 아니라 신부, 나아가 신자들간의 교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참석자들은 교류모임 발전을 위한 연구와 논의를 진행할 담당자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일 각국에서 3명씩을 뽑아 이들을 중심으로 구체적 방안과 계획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이문희 대주교의 제안으로 시작돼 이어져 오고 있는 한일주교 교류모임은 그간 양국 주교들의 친교를 바탕으로 공통의 역사 인식을 다져왔으며, 사목적 공동 관심사로 지평을 넓힘으로써 한·일 양 교회는 물론 아시아교회 역사에서도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갈 전망이다.
■ 한일주교 교류모임 이모저모
“동지적 유대로 세계사에 기여하자”
⊙…11월 16일 오후 제주도에 도착한 한·일 양국의 주교들은 황사평 순교자 묘역을 참배하고 양국 주교회의 의장인 최창무 대주교와 노무라 주니치 주교가 헌화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관덕정과 목관아지를 돌아볼 땐 제주시장이 나와 제주도의 역사와 풍속을 담은 「탐라순력도」를 선물하며 양국 주교들의 제주도 방문을 환영했다.
“한국신자들 열의 부러워”
⊙…제주도를 처음 찾은 일본 주교들이 시종 감동과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은 신자들의 열의. 양국 주교들이 첫날 방문한 중앙 주교좌성당과 이튿날 찾은 서귀포성당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자들이 나와 정성으로 주교 일행을 맞았다.
니가타교구 기쿠치 이사오 주교는 『한국교회를 알면 알수록 부러운 생각이 든다』며 『한국 신자들의 열의를 일본 신자들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로 감동을 표현.
⊙…한?일 주교들은 둘째날 오전 탐라대 이규배 교수의 「일본 속의 한국, 그리고 제주인의 역사」를 주제로 강의를 들었으며, 오후에는 한·일 양 교회의 사목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토교구 오츠카 요시나오 주교는 「교토교구의 공동선교사목 발자취」를 주제로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역사 부교재는 교류 모임 결실”
⊙…양국 주교들은 18일 한.일 역사교과서 부교재 편찬위원으로 활동한 이원순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를 초빙, 부교재 집필과정과 내용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교수는 『역사 부교재는 한·일 양국의 역사문제를 주제로 개최해온 주교 교류모임의 결실』이라며 『이를 밑거름으로 양 교회가 동지적 유대로 세계사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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