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살펴볼 아가 본문은 여주인공을 「슐람미트」, 즉 「평화의 여인」이라 부르고 있다. 동의하기 힘든 표현이다.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 아가의 사랑 역시 결코 행복하거나 평안하기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목숨 걸고 밤길을 찾아 나서게 하는 위험한 사랑이었고(3, 1~4), 연인을 겨우 찾게 되면 이내 언덕과 산으로 달아나는 약오르는 사랑이었으며(2, 8~9), 그를 향해 문을 열고나면 이내 사라지고 마는 부재의 사랑(5, 6)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는 그녀를 「평화의 여인」으로 지칭한다. 진정한 평화는 극도의 혼란과, 거의 반란에 가까운 자기부정을 통과할 때에야 비로소 진짜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까. 그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관계를 맺게 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과 긴장이야 말로 그 관계를 진정하고 성숙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게 될 때, 삶에 대한 진중한 자세와 성숙도 가능해질 것이다. 「평화의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럼, 과정이 주는 고통에 정직하라.
6, 4~8, 4(다섯번째 시)
다섯번째 시는 모두 5개의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3번째까지는 남자가 노래하고, 나머지 두 노래는 여인이 부른다. 여주인공의 아름다움과(6, 4~9), 호두나무 정원에서의 장면이 연출되며(6, 10~12), 두 줄의 윤무(輪舞)를 추는 여인이 등장한다(7, 1~11). 이어 그들의 사랑이 자연과 조우되고(7, 12~14), 이별을 두려워하는 노래가 이어진다(8, 1~4).
6, 4~9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데, 비슷한 내용이 벌써 두 번이나 등장한 바 있다(1, 9~17 4, 1~7). 4절에서는 여인이 두개의 도시에 비유되는데, 그 중 하나인 「디르사」는 사마리아 이전에 북이스라엘의 수도였던 곳이고(1열왕 16, 23 여호 12, 24), 「예루살렘」은 남유다의 수도였던 곳이다. 아마도 여인의 아름다움이, 이 도시들의 이름과 연결되어있는 듯 하다. 예를 들어, 디르사는 「좋아함」, 「기쁨」, 「즐거움」과 어원적으로 연결되고, 예루살렘은 「평화」와 연결된다.
즉, 이 이름들이 가지는 「즐거움」-「평화」의 이미지가 여인에게 대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 노래는 목자적 표상을 통해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5~6절), 8~9절은 왕궁의 하렘 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여인은 아가의 여주인공임을 표현한다(9절).
6, 10~12
이제 새벽빛, 달, 해 등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비유된다.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면서 인간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그녀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10절). 이어 등장하는 『기를 든 군대처럼 두려움을 자아내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라는 표현은, 그녀의 거부할 수 없는 기품과 권위를 표상한다. 11~12절은 본문이 손상되어 있어서, 정확한 의미를 끌어내기 어렵다.
특별히 12절의 「암미-나디브」가 그런 단어인데, 이를 일반명사로 간주하면 「나의 고상한 백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칠십인역에서는 고유명사로 이해하여 암미나답(민수 10, 14참조)과 연결시킨다.
새 번역은 칠십인역의 선택을 따르고 있는데, 여기서 어느 것이 맞는지는 구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남자가 이제 호두나무 정원으로 들어가(11절) 여인과의 결합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7, 1~11
7장에서 여인은 「무희」로서 등장하지만, 여전히 노래를 부르는 주체는 그녀의 연인이다. 1절에서 그녀는 『슐람미트』라고 표현되고 있는데, 이 표현 역시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아가에서 유일하게 여기에만 등장하므로 다른 맥락(context)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이름이라는 견해도 있고, 「슈남미트」로 읽는다면 슈넴에서 온 여인(1열왕 1, 1~4 2, 17.21~22)을 의미할 수도 있다. 「샬롬」을 어근으로 하는 솔로몬의 이름과 연결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는 「솔로몬의 여인」(부인) 혹은 「평화의 여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2절부터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다시 묘사되며 이전보다 훨씬 자세하고 감각적인 것이 특징이다. 5절의 「헤스본」은 요르단 동쪽 아모리족의 수도였으며(민수 21, 27), 나중에는 모압인들의 도시가 된 곳이다(이사 15, 4). 그러나 이 도시에는 5절에 등장하는 「밧라삠 성문」이나 「연못」이 없었기에, 아마도 이러한 표현들은 여인의 맑고 영롱한 눈을 상징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여진다.
6절의 「가르멜」 산은 자부심과 귀족성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인을 왕의 품위에 비유하고 있다(1, 4.12 참조). 이러한 절대적 칭송에 대해, 이제 아가의 여인은 『나는 연인의 것』이라고 응수하면서(11절 2, 16과 6, 3 참조),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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