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났던 2004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한해 한국교회 변화의 흐름과 주요 특징들을 「교회사목」과 「사회사목」 「문화사목」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정리한다.
의정부교구 신설
한국교회의 가장 두드러진 외형적 변화로는 의정부교구의 신설을 꼽을 수 있다. 의정부 고양 파주 등 서울대교구 소속 경기도 북부지역 8개 시·군을 분리해 설립된 의정부교구는 한국교회 사상 19번째 교구로 남북을 아우르는 「평화의 교구」라는 기대와 함께 민족화해와 복음화의 중요한 거점이라는 전망을 갖게 한다. 특히 의정부교구는 보편교회가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 속에서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신앙의 활력이 넘치고 복음화의 열정이 살아있는 지역교회인 한국교회에서도 부여받는 몫이 적지 않다. 의정부교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아시아 복음화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의정부교구의 출범과 함께 세상의 끊임없는 「도전」에 대해 ▲정체된 교회 분위기 일소를 필두로 ▲사목환경의 변화에 걸맞은 쇄신과 체질 개선 ▲찾아가는 교회상 구현 등을 통해 새로운 「응전」의 자세를 갖추고 「새 복음화」를 위한 숨고르기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장기적 사목 전망 모색
교회 전반적으로는 중·장기 계획에 따른 모색과 이를 위해 투자하는 모습이 강화돼 나타났다.
서울대교구는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시노드 결과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시노드 후속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로써 장기적 계획을 지니고 추진해야 할 목표와 과제 그리고 다양한 실천 지침을 도출할 틀을 마련함으로써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인천교구도 시노드 요구에 부응하고 이에 따른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교구청 조직을 개편했다. 1월 6일자 사제인사와 함께 윤곽을 드러낸 교구청 조직은 기존 1처6국에서 선교국(새복음화국) 사목국(재복음화국) 사회사목국(사회복음화국) 등을 중심 집행기구로 설정한 가운데 이를 지원하는 관리국과 전체를 총괄하는 사무처 형태로 조정함으로써 사목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행정 전산 프로그램 통합추진
지난 1997년 서울대교구가 개발한 이래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행정 전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양업시스템」을 전국 차원에서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것도 정보화 시대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신.구 양업시스템을 단일화하는 「통합 양업」 프로그램 개발 계획이 성공리에 추진될 경우, 한국교회 전체의 통합적인 행정전산화 추진이 새로운 전기를 맞는 한편 사이버시대에 맞갖은 공동사목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또한 1994년 이후 10여년간에 걸친 교회 안팎의 변화상과 내적 쇄신을 향한 흐름을 정리한 「한국 천주교회 총람」의 발간도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총람은 미래 교회를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생명 수호 운동 활황
2003년이 생명운동의 방향 설정을 위해 힘쓴 해였다면 2004년은 신자들의 삶에 뿌리내리기에 주력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교회의가 대림시기를 맞아 가정을 주제로 발표한 공동사목교서다.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은 심각한 수위에 오른 가정·생명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정립해나가야 할 가정사목의 밑그림을 담은 교서는 가정을 둘러싼 문제가 사회는 물론 교회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는 절박한 인식을 전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8월 17일부터 일주일간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총회도 가정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성과를 남겼다. 이 대회의 결실은 무엇보다도 가정문제가 아시아 교회의 미래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이자 과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점이다.
교회는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올해 중요 활동방향으로 잡고 이를 위한 지속적인 실천을 전개해왔다.
우선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는 1월 15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각 교구 생명31운동 담당 사제 등이 함께 한 가운데 첫 전국모임을 가진 것을 시발로 전국 차원의 연대와 모색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특히 사제 모임을 필두로 각 교구와 단체들은 생명운동을 일상적인 문화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가정대회, 사진공모전, 등반대회 등 각종 행사를 마련하는 등 전 교회 차원에서 생명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전개됐다.
교구 차원, 가족 프로그램 마련
군종교구는 교구 사목목표인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을 만드는 해」에 따라 성가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1월 1일부터 전 교구민들에게 가족공동기도 봉헌을 제안하고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같은 지향으로 기도를 바쳐왔다.
부산교구도 「2004년 말씀을 나누는 가정 공동체의 해」를 맞아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필요한 「성가정 복음나누기」와 「가족 대화 프로그램」을 제작, 신자들에게 배포해 가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도모했다. 이같은 모색에 평신도들도 뜻을 더했다. 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올초부터 교회 내 제 단체들은 물론 정부기구, NGO, 타종교 등과 연대해 「건강한 가정 살리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삶 안에 실천하기 위한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운동을 시작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소공동체 운동
「삼천년기를 향한 한국교회의 새로운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고 친교의 교회론을 실현하는 새로운 길」이라는 평가를 낳은 소공동체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교회는 올 한해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소공동체 도입 10년을 넘기며 각 교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7월 12∼15일 대전 정하상교육회관에서 「한국 천주교 소공동체 10년의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심포지엄과 「소공동체 전국 모임」을 개최해 소공동체가 21세기 미래 교회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소공동체 활동에 대한 이론적·객관적 평가의 틀을 마련한 이 행사는 소공동체운동을 새로운 교회상을 지향하는 총체적인 사목 원리와 체계로 이해시키는 자리가 됐다.
소공동체 운동과 관련, 10년째 소공동체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는 대구대교구는 이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교회상 정립에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이다. 95년부터 소공동체 운동의 진원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룸코 연구소의 교육시스템을 도입, 이뤄지고 있는 소공동체 교육으로 현재 대구대교구에는 20여개 본당에서 270여개 소공동체가 모임을 갖고 있으며, 점차 모임 결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소공동체운동의 지평을 확대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복시성 및 현양운동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 124위의 시복재판을 위한 역사적인 교회법정이 개정된 것은 올 한해 가장 큰 일로 꼽을 수 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을 택해 7월 5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연 시복재판으로 지난 2001년 주교회의가 한국교회 차원에서 통합 추진해온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서울대교구가 3월 3일 열린 주교평의회를 통해 1984년 5월 6일 103위 성인이 탄생한지 20년이 된 것을 기념, 여의도공원 시성식 제단 자리에 기념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결정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열정과 신심을 다시 한번 응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영성운동에 대한 대처
신(흥)영성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기수련 운동의 위험성에 대해 한국교회의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된 것도 올 한해 한국교회가 건져 올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교구가 9월 16일자 공문을 통해 기수련 운동으로 영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은 사례를 수집에 나선 것을 기점으로 이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이 교회 내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기수련에 빠지는 가톨릭 신자들의 수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단순한 생활체육의 단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가톨릭신문사도 기수련 등을 통해 영적인 어려움에 빠진 사례를 수집, 널리 알림으로써 이 대열에 함께 하고 있다. 본지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기수련 또는 요가 등이 어느 단계를 지나면서 신앙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급기야는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도 적지 않은 폐해를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기타
올 한해는 교회 안팎으로 평신도들의 적극적 참여가 눈에 띈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평신도들은 각 교구별로 평협 조직 개편 등을 통해 평신도상 재정립을 위한 노력을 활발히 전개했다. 이는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사회 속에서 바람직한 평신도의 역할을 찾아 나가려는 모색으로 읽힌다.
이런 모색은 올해 각 교구 평협 정기총회 등에서 이뤄진 조직 개편과 평신도상 재정립을 위한 다양한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또 서울 평협은 4월 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평협 비전회의 제1차 워크숍을 시점으로 5차례에 걸쳐 평신도사도직 본연의 몫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 회의에서 나온 성과를 밑거름으로 9월 7일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 「현대인을 향한 영혼의 울림」을 대주제로 12주 동안 본격적인 평신도 재교육의 장인 하상신앙대학을 열어 호평을 얻었다.
한·일주교 교류모임 새 장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이어온 한.일주교 교류모임이 새로운 장을 열어가게 된 것도 올해 한국교회가 거둔 결실로 꼽힐 만하다. 지난 1996년 첫 모임 이래 지난 11월 16~18일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모임으로 10회를 맞은 한 일주교 교류모임은 그간 다져온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관계를 열어가게 됐다. 특히 이번 교류에서 양국 주교들은 그간의 모임을 통해 주교간 교류뿐 아니라 신부, 나아가 신자들간의 교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이에 앞서 한일 역사 교과서 부교재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한국과 일본」을 펴낸 것도 10회를 기록한 한국과 일본 양국 주교들의 교류가 가져온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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