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로 붙인다는 뜻의 「콜라주」는 20세기 입체파 작가들이 신문지 벽지, 악보 등의 인쇄물을 유화의 한 부분에 붙이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화면의 구도, 채색효과, 구체감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실밥이나 머리카락, 깡통 등 캔버스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재료 등도 적극 활용되면서 콜라주는 작가의 내면세계는 물론 사회풍자를 비롯한 많은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담아왔다.
조각가 이춘만(크리스티나)씨는 최근 이러한 콜라주 작업에 몰두해왔다.
『세상의 어떤 사물이든 목적 없이 존재하지 않고, 어떤 곳에 있든 그들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추억의 사물들을 활용해 또하나의 창작품을 쏟아낸다.
수십년 전 처음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신었던 운동화, 사용했던 지도와 우표, 커피잔에 끼어있던 누런 종이 등 흔히 버렸을 법한 각종 사물들. 캄보디아의 고무나무 껍질과 몽골의 에델바이스, 사하라 사막의 모래, 지중해의 조약돌 등 한번 돌아보고 잊혀질만한 작은 사물에게서 그는 풍성한 인성과 감성을 끌어냈다.
이러한 각종 사물들이 모인 작은 콜라주 작품은 우주의 별을 보게하는 천문학자의 망원경처럼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틀이 된다. 특히 플라타너스 나무 껍질은 고뇌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는 모습을 투영한다.
작품 형상은 대부분 「십자가」로 귀결된다. 인간의 오만과 위선적인 인체를 담아내고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외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다.
40여년의 조각 인생에서 새롭게 덧붙여진 콜라주들은 12월 8~1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모란갤러리에서 선보인다.
갤러리 초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상…일기를 쓰다가 접고」를 주제로 인생의 흔적을 저장하는 하나의 「방」이 된 작품 60여점을 한데 모았다. 이콘양식의 콜라주 등 독특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춘만씨는 서울대 미대 조소과와 이화여대 미술교육과를 졸업, 현재 서울 조각회와 대한민국미술협회, 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며 가톨릭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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