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병환(대건안드레아)이의 꿈은 요리사 신부다. 자신처럼 항암치료로 입안이 다 헐어버린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주고 기도도 해주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병환이의 바람과는 달리 백혈병은 쉽사리 병환이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지난 3일 삼성서울병원 소아병동에서 만난 병환이는 온몸이 시퍼렇게 멍든 상태였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지 일주일. 손목과 목부분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었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 담당 의사는 어머니 김수향(미카엘라)씨에게 『하늘나라로 갈 것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환이는 견뎌냈다.
병환이는 작년 2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약물치료 경과가 좋아 1년 만에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병이 재발했다. 약물치료를 다시 받아야 할지 골수를 이식해야 할지 결정하기 힘들 정도로 병환이의 증상은 심각하다.
집안 사정도 좋지 않다. 트럭운전을 하던 병환이 아버지는 얼마 전 사고를 일으켜 더 이상 일을 계속할 수 없다. 전세금은 작년에 선종한 병환이 할머니 치료비로 다 썼고, 지금 살고 있는 한달 30만원 짜리 월세방에서도 방 값을 내지 못해 쫓겨날 형편이다.
어머니 김수향씨와 가족들은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들의 병에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중 실낱같은 희망이 나타났다. 병환이 형의 골수가 병환이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1억 여원에 가까운 치료비가 문제다. 입원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입원비만 600여만원이 나왔다. 병원비는 고스란히 밀려있다. 골수이식을 하게 되면 병원비는 눈덩이 불 듯 늘어날 것이다.
병환이 모자(母子)는 백혈병 투병생활을 하며 신앙을 얻었다. 먼저 세례를 받은 병환이는 어머니에게 미카엘라라는 세례명을 직접 지어줄 정도로 신심이 깊다. 병환이가 다시 기도를 바친다.
『하느님 아버지, 저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어요. 제발 절 살려주세요』
백혈병과의 힘겨운 싸움은 아홉 살 병환이를 너무나 성숙하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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