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도시락 왔어요. 따뜻할 때 식사 맛있게 하시구요. 다음에 또 들를께요』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찾아 도시락을 배달하는 강욱(사도요한.26.목포 용당동본당)-김경숙(젬마.25)씨 부부. 이들 부부는 1년 넘게 목포 상동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하는 도시락 배달봉사에 참가,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또한 남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다. 남편 강욱씨는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며, 아내인 김경숙씨는 선천적으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다. 이런 장애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도시락 배달을 나선 건 「자신도 무언가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란다.
『봉사라니요? 오히려 저희가 얻어가는 게 많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도시락이 없으면 하루종일 끼니를 굶기 일쑤죠.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요』
이들 부부는 서로가 다른 장애를 지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제가 다리를 쓸 수가 없어 여러 가지 움직여야 할 일은 아내가 해결해 주죠. 아내도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늘 함께 다니며 통역을 해주니 서로 기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강욱씨가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산 건 아니었다.
강씨는 사고 이후 『평생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죽고 싶은 생각도 수없이 했다. 치료비가 없어 수술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라」며 손목에 칼을 댄적도 몇 번. 이처럼 강씨는 사고 후 장애를 얻은 것 때문에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로부터 2년, 우연찮게 국립재활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기회가 왔고, 그곳에서 강씨는 마음을 바꾸는 커다란 계기를 맞았다.
『양 팔이 없는 사람, 전신마비로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보다 더 편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그들 가족들이 저를 부럽게 바라보는 눈망울은 그동안 죽고만 싶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강씨는 대전장애인재활학교를 다니며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았고, 이곳에서 아내인 경숙씨를 만났다. 강씨는 목포 신안이 고향이고, 부인 김씨는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니, 우리나라의 끝과 끝에서 만난 셈이다.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죠. 4살된 아들 민혁이도요』
아내 또한 수화로 『남편이 제일 멋있고, 사랑으로 늘 감싸준다』며 자랑이다.
강씨는 요즘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느님께 편지를 쓰곤 한다.
『내게서 육체를 빼앗아간 당신을 한없이 미워하고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에서야 당신의 깊은 뜻을 알 것 같습니다. 나에게서 육체는 빼앗아 갔지만, 나의 마음을 한없이 따뜻하게 만들어준 당신의 깊은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라고.
비록 몸은 장애를 지녔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강욱-김경숙씨 부부. 이웃에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이들 부부의 환한 미소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이 때,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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