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음화를 위한 교회의 사회사목은 사회 변화의 폭이 날로 빠르고 깊어짐에 따라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04년 한 해에도 교회의 모습과 닮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회의 노력은 계속됐다.
■ 사회복지
각종 재난·재해사고에 대비한 조직적인 봉사단체가 연이어 창단됐다.
올 4월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대구대교구에 5개팀 126명으로 구성된 「까리따스 자원봉사단」이 창단된 것을 시작으로 서울과 부산에서도 각각 9월과 11월 까리따스 봉사단이 만들어졌다.
까리따스 자원봉사단은 각종 재난 재해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취약계층에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접근해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각종 재난사고가 터질 때마다 한국교회는 각종 지원과 봉사활동에 동참해왔지만 일회적이라는 한계에 부닥친 것도 사실이다. 각 교구에 인적.물적 지원을 총괄하고 조직적인 체계를 갖춘 봉사단이 꾸려짐에 따라 각종 재난 재해에 대한 교회의 대처와 지원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복지 분야의 전국 협의체들도 잇따라 만들어졌다. 9월 한국가톨릭노인복지협의회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산하단체로 창립됐다. 노인복지협의회의 창립에 따라 교회는 장애인 재활사업 등 전통적인 사회복지 영역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복지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노인복지협의회 창립은 교회의 노인사목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에는 「전국가톨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가 창립됐다. 정부의 공부방 법제화에 따른 가톨릭공부방들의 연대체로 창립된 협의회는 전국 51개 공부방들로 구성돼 있으며 앞으로 가톨릭의 정체성을 살린 공부방 운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예정이다.
■ 해외원조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의 변화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방글라데시를 올해 집중지원국으로 선정한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7월 2일 방글라데시 카리타스의 「빈곤 여성과 아동을 위한 가옥 건축사업」을 위해 1차 지원금 미화 9만 6000달러를 전달했다. 위원회는 2007년 6월까지 3년 동안 방글라데시 빈민지역에 매년 350채씩 총 1050채의 가옥을 지어 장애인을 비롯한 빈곤 여성과 아동 가정에 전달하게 된다. 위원회가 원조요청국에 대한 단순지원 원조금을 지원해온 적은 있지만 자체 프로그램에 따라 중장기 지원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교회의 해외원조가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하는 시금석이 됐다.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단기국제봉사단 「띠앗누리」 1기 봉사단원을 올 여름 몽골 「돈보스코 청소년 센터」에 파견했다. 본부가 봉사인력을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본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올 11월 중국과 몽골에 장기국제봉사단원 5명을 파견했다.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한 교회의 구호노력도 발빠르게 전개됐다. 전국 각 교구는 북한용천돕기 2차 헌금을 실시했으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사회복지위원회와 북한관련 교회단체들도 지원금과 구호물품을 북측에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다.
■ 농촌·농민사목
2004년은 UN이 정한 「쌀」의 해임과 동시에 교회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10주년을 맞은 해였다. 아울러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유예 마감으로 쌀 개방 재협상이 진행되는 때여서 올해 사회와 교회를 통틀어 농촌·농민 관련 화두는 쌀이었다.
한국가톨릭농민회와 각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비롯한 교회 내 20여개 단체는 9월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천주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천주교 식량주권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어 한국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전국 각 교구 본당별로 우리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농촌.농민관련 단체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쌀 지키기 노력은 범교회 차원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한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한국가톨릭농민회는 7월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식량주권」 주제 심포지엄 및 (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우리농 10주년을 농촌.농민사목의 새로운 전환기로 삼았다.
■ 민족화해
분단된 한반도를 하나로 엮고자 하는 교회의 노력도 계속됐다.
남북통일과 민족화합을 염원하는 「6.15 남북 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가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인천에서 열렸다.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상임대회장을 맡은 이번 대회에서는 「민족대단합 선언문」이 채택됐으며 공동선언 발표 5돌이자 분단 60년이 되는 2005년을 조국 통일의 원년으로 삼자는 내용이 결의됐다.
교회 내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교육이 열렸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9월부터 6회에 걸쳐 실시한 「민주시민교육」이 그것. 이번 교육은 정착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에 온전히 적응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사목 활성화에도 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정의평화
연쇄살인범 사건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사형폐지를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계속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 폐지소위원회는 제16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사형폐지 특별법안」 입법 재추진을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펼쳤다.
11월에는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대회」가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 주최로 열려 사형제도폐지를 향한 종교계의 노력이 다시 한번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등 교회단체들은 사형제도 폐지운동이 신자와 일반시민들의 삶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고자 세미나, 기도모임, 서명운동 등을 연중 마련했다.
■ 특수사목
교정, 경찰사목 등 교회내 특수사목도 활기를 띠었다.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올 9월 교정센터를 개설했다. 교정센터는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마련된 교정사목 전용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교정사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 교정봉사자 양성 등이 이뤄질 센터는 민영교도소 설립, 교정사목 전담 사제화를 준비하고 있는 교회의 교정사목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경찰서 또는 기동대에 교우회와 경신실이 잇따라 마련되는 등 경찰사목도 활발히 진행됐다. 올해 인천 중부, 서울 관악, 서울 마포 등 서울과 인천에서만 6개 경찰서에 경신실이 들어섰다. 서울 경찰사목위원회는 올해만 300여명이 넘는 전·의경 세례자를 배출했으며, 소외된 사목영역의 하나였던 유치장 사목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와 각 교구의 외국인노동자 사목도 본궤도에 올랐다. 이주사목위원회는 5월 이주 신학과 이주에 대한 사회교리 등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교회의 역할을 검토하는 「엑소더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아울러 고용허가제 시행에 따라 변화되는 외국인노동자 사목양상을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 검토하고 새로운 사목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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