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시행을 앞두고 법개정과 올바른 생명윤리회복을 촉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법이 치료용 인간배아복제연구에 대한 공식적인 「면죄부」가 될 조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윤리법은 과학발전에 따라 야기된 다양한 생명윤리 관련 사안들을 총체적으로 규제하는 국내 최초의 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윤리에 토대를 두지 않고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바이오 산업의 진흥이라는 방향으로 입법화된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법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불·난치병 치료라는 전제로 인간배아복제 및 이종간 교잡이 허용됐다. 또 낙태를 전제한 것과 다름없는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여성의 몸을 난자의 공급처로 전락시킬 수 있는 조항 등도 포함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최근 인간배아복제 실험이 가져올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해악을 외면한 채 과학적 성과가 가져올 상업적인 이윤에만 관심을 둔 편파적인 보도를 해오고 있다. 또 인간배아복제에 성공한 연구팀과 언론들은 인간배아복제를 반대하는 가톨릭교회와 여타 사회단체들이 불?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막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마치 인간 배아줄기세포만이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이다.

법개정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인간 배아는 하나의 온전한 생명을 지닌 존엄한 존재이며 인간배아를 복제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생명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대안으로 성체나 탯줄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실제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연구단계이지만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백혈병의 골수 이식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척수재생 효과 사례가 발표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간배아복제 연구팀은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결코 상업목적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언론에서는 이미 이들의 연구가 연간 60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쏟아냈다. 인간배아복제에 성공한 생명과학자는 국보급 과학자로 대접받고 있으며 「자랑스런 한국인상」 등 사회각계에서 시상하는 사회봉사상을 휩쓸고 있다. 정부 정책도 바이오 산업의 장밋빛 전망에 집중돼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바이오산업육성에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그동안 생명윤리법의 문제점을 알리고 법개정을 요구하는 수많은 목소리를 내왔지만 입법과정에 미친 영향은 미비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위원장=안명옥 주교)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생명윤리법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정방안을 모색하는 캠페인에 돌입했다.

지난 9월 개소한 가톨릭의과학연구원 「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센터」와 포천중문의과대학 연구소도 성체줄기세포 연구 등에 힘을 싣고 있다.

생명공학이 인간 삶의 질 향상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고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과학기술은 결코 지지될 수 없다.

과학기술의 과속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몇몇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선 사목자들과 전신자 및 일반인들의 올바른 의식이 무엇보다 시급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