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이 받은 충격
약혼녀인 마리아가 동거도 하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났을 때 요셉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과 분노와 고민은 어떠했을까? 가히 짐작이 간다.
정숙한 처녀, 철석같이 신임을 했던 열심하고 경건한 처녀로 알고 약혼을 한 요셉이었기에 허탈감이 오죽했으랴!
요셉이 너그러운 사람이었기에 망정이지 그가 자기의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무슨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을 것이다.
가브리엘 천사의 발현후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한 마리아의 고민은 또 어떠했을까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아기의 잉태로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얼마나 따가웠겠으며 요셉을 대하기가 얼마나 무섭고 미안했겠는가?
마리아의 고뇌
만일에 약혼자 요셉이 마리아에게 그동안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고 추궁을 했다면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으며, 비록 사실대로 대답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대답이 과연 먹혀 들었겠는가?
사실 대로 말해도 곧이 듣지 못하고 분노하는 약혼자 앞에서 마리아는 얼마나 안타깝고 겁에 질렸겠는가?
부정한 여자라고 요셉이 고발을 한다면 돌에 맞아 죽는 불명예스러운 처벌도 받을 수 있기에 가브리엘 천사의 수태 예고 때 수태를 거부 못한 것을 후회스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만일에 요셉이 법정 고발과 같은 과격 행동을 자제하고 조용히 파혼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마리아와 태아는 살아날 수 있었겠지만 생계수단이 없는 마리아가 어떻게 아기를 낳아서 키울 수 있었겠으며 설사 키웠다 한들 법적으로 아버지가 없는 사생아인 아들 예수가 사람들 앞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엉뚱해서 어떤 때에는 우리를 당황하게도 만들고 실망도 시키기 일쑤다.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이번의 위기는 감사하게도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시켜서 꿈에 요셉을 납득시키고 안심시키셨을 뿐 아니라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임마누엘」로 지으라고 까지 일러 주심으로써 잘 마무리를 지어 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일찍이 유다왕 아하즈에게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제 마리아를 통하여 성취되었음을 깨닫게 하여 주셨으니 그 말씀은 『다윗 왕실은 들어라.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려는가? 그런즉, 주께서 몸소 징조를 보여 주시리니,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 13~14).
남자의 도움없이 처녀가 잉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수긍이 안되는 일이다. 예수께서 태어나신지 이천년이 넘었건만 비신자는 물론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도리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믿어야만 되는 신앙의 진리이기에 세례를 베풀기 전에 예비신자에게 『그대는 성자께서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강생하여 태어나심을 믿습니까?』하고 확인할 뿐만 아니라 사도신경과 니체아신경 그리고 삼종기도를 바칠 때 마다 신앙고백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마리아께서 예수님의 구원공로를 앞당겨 입으셔서 원죄에 물들지 않고 강생하셨다고 믿고 있다.
원죄없이 강생하신 성모님
고통과 수고와 죽음은 창세기 3장의 설명을 빌린다면 원죄의 결과라 하겠다.
그렇다면 원죄에 전혀 물들지 않은채 잉태되시고 태어나신 티 없으신 성모 마리아에게는 수고나 고통이나 죽음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성자의 수태를 받아들이신 때부터 당신의 지상 생애를 마치실 때까지 어느 누구보다도 고민과 갈등과 회의와 슬픔을 겪으셨기에 우리는 그 분을 순교자들의 모후로 호칭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필경 우리를 죄악과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러 오신 당신 아드님의 구원사업에 가장 깊게 동참하시고 협력하시도록 섭리하신 하느님의 배려일 것이다.
평생 동정녀이시며 천주의 성모이시고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찬미를 받으소서!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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