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솔직히, 죽을 만큼 강한 사랑 이야기나 그런 사람들의 소문에 관심이 많다. 어려서도 그런 이야기가 TV에 나오면 자다가도 일어났고, 나이를 먹어서도 증세(?)는 여전하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사랑한다는 일이, 예수님 같은 분이나 실천하실 수 있고, 헐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수 있는 얘기지, 내 주변에서 일어날 확률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걸 진작부터 알았던 것일까. 오늘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은 사랑으로 죽음의 고통도 감수하며, 그런 죽음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생명에로 거듭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인어공주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마녀에게 내어주지 않았다면, 쉬리의 여간첩 이방희가 사랑했던 유중원의 총에 아련히 죽어가지 않았더라면, 그토록 아름다운 스토리가 완성되었을 것인가를. 오늘 살펴볼 구절에서, 아가의 여인은 사랑이야말로 죽음만큼 강하다는 절대적 진리를 아름답게 노래해주고 있다.
6~7절
6절에서 여인은 자신을, 연인의 가슴과 팔에 새긴 「인장」처럼 지니고 다녀달라고 애원한다. 구약성서의 다른 곳에서는 이와 유사한 내용이,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사이에 적용된 바 있다. 유명한 「쉐마 이스라엘」의 한 구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이 말을 네 손에 징표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라는 신명 6, 5.8가 바로 그 경우이다. 인장은 일종의 사인으로서, 그 사람 전체를 대표한다. 바로 그런 인장처럼 자신을 가슴과 팔에 새겨 달라는 표현 안에는, 언제나 연인과 함께이기를 원하는 여인의 강한 열망이 들어가 있다. 특별히 가슴과 팔은 인간의 대표적 기능인 「정신」과 「행동」을 상징하기에, 그녀의 염원은 연인의 모든 삶에 함께이고 싶은 마음을 암시한다.
이어 여인은 자신의 사랑을 「죽음」과 「쉐올」(저승)에 비유한다. 히브리적 사고에 의하면, 「죽음」과 죽음 이후에 가게 되는 「쉐올」은 그 어느 누구도 빗겨갈 수 없는, 매우 강력한 존재들이다. 아가에서 사랑과 죽음, 쉐올이 함께 비유되고 있다는 것은, 사랑과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실존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결국 죽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뿐임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사랑은 「불의 열기」로 표현된다. 『그 열기는 불의 열기,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한 불길이랍니다』. 그런데 여기서 「격렬한 불길」이라는 표현에 해당되는 히브리어 「샬헤베트야」는 「야(훼)의 불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만일 이를 「야의 불길」로 해석한다면, 8장 6절은 아가에서 유일하게 「야훼」라는 이름이 등장한 구절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 형태의 이름 「야훼」가 아니라, 「야」라는 단축형으로 제시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성서의 일반적 전통에 의하면 불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였다(출애 3, 1~6 13, 21~22 민수 14, 14 신명 1, 33 4, 11~36 느헤 9, 12?19 등).
그러므로 사랑이 「야훼의 불길」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은, 사랑이야 말로 「야훼가 현존하는 장소」이며 그 만큼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7절에서 사랑은 「큰물」(바다, 깊은 심연)과 연결된다. 6절의 「불」과는 상극적 소재인 「물」이 대조되고 있는 것인데, 「물」과 「불」 모두 절대적 힘을 상징한다. 고대근동의 전통에 의한다면, 「바다」, 「깊은 물」은 언제나 강력한 원초적 혼돈과 「악」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바다의 신 라합은 하느님을 대적하는 악한 힘으로 표상되었고(시편 89, 10~11), 강한 물살과 급류(시편 124, 2~5)는 「죽음의 파도」로 표현되어 있다(시편 18, 5).
이렇게 강한 혼돈인 「큰물」은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사랑을 끌 수는 없다』(7절). 사랑은 그 어떠한 악의 세력(큰물)도 이겨낼 능력과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아가의 여인은 사랑이 결코 돈과 재산으로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언급한다(7절).
『누가 사랑을 사려고 제 집의 온 재산을 내놓는다 해도』, 사람들의 빈축만 살 뿐, 결코 사랑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으면
사랑이 「야훼의 열기」이며 「악」(큰물)을 극복하게 하고, 그 어떤 재화로도 살 수 없다는 아가 8, 6~7의 내용은 이 책이 제시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지금까지 아가는 두 연인의 사랑을 통해 그 사랑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의 실존」과 「그분의 사랑」을 말해왔던 것이다. 사실,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절대적 메시지는 「사랑」이다.
유명한 「사랑의 송가」(1고린 13장)가 제시하듯, 사랑이 없으면 우린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할 때이다. 그들의 사랑과 기도, 눈물이 없었다면 이렇게 무사히 한 해를 살아낼 수 있었을 것인지….
「야훼의 열기」와 주변의 사랑만으로도 삶은 이렇게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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