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사는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과 공동으로, 교계 출판사들의 후원을 받아 가톨릭 독서운동 캠페인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을 전개한다. 책을 안 읽는 것으로 유명한 천주교회 안에서 과연 이러한 운동이 가능할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잠실7동본당은 지난 1년간 「신심서적 54권 읽기」를 성공리에 실시함으로써, 그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주었다. 공동체적인 독서운동을 통해 신앙과 삶의 성숙을 위해 노력해보자.
책 안 읽는 천주교 신자들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책을 얼마나 읽을까? 한마디로 『잘 안 읽는다』.
많은 사목자들과 신자들 스스로의 반성만 봐도 천주교 신자들이 책을 좀처럼 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 수 있다.
가톨릭신문사가 지난 1997년 실시한 창간 70주년 기념 신자 의식조사 보고서의 교회 일반 서적 열독율을 보면, 『많이 읽는다』는 대답은 불과 6.2%에 그치고, 『별로 읽지 않는다』는 응답이 30.9%, 『거의 읽지 않는다』는 응답이 28.6%로 전체의 반이 훨씬 넘는 59.5%가 교회 서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10년 전인 1987년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것보다도 훨씬 악화된 것이다.
반면 개신교의 경우, 매년 한 권 이상 신앙서적을 읽은 신자가 절반에 가까운 44.8%에 달한다. 더욱이 2권 읽은 사람이 12.1%, 3권이 6.7%, 4권이 3%, 5권이 3.5%, 6권에서 10권이 4.3%, 나아가 매년 11권 이상의 신앙 서적을 읽은 사람도 3.6%에 이른다. 부끄러운 일이다.
출판 문화 인프라 부족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생활 자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출판사 규모와 수, 유통 구조 등 전반적인 교회 출판환경이 개신교나 불교 등에 비해 열악한데서도 기인한다.
개신교의 경우, 한국기독교출판협의회 산하에만 167개 회원사가 있고 그중에는 40여개의 대형출판사가 포함된다. 연간 2천여종 5백여만권이 발행돼, 전문 유통회사 5곳, 개신교 서점 420여개와 대형서점들에서 유통되고 있다. 불교 역시 사찰 직영 출판사를 포함해 60여개가 있고 대형 출판사도 30여곳에 이른다.
반면 천주교의 경우, 주교회의와 교구 및 수도회 출판사 외에 개인이 운영하는 곳까지 모두 합쳐도 10개를 조금 웃돈다. 여기서 발행되는 책은 연간 250여종 내외 40만권에 불과하다. 유통망 역시 직영 서원 30여개에 본당 성물판매소 뿐이고 대형서점 유통량 자체도 미미한 수준이다.
교회 출판문화 진흥의 인프라 자체가 열악한 상황이다.
신앙교육 중심은 ‘책’
오늘날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가장 강한 욕구 중 하나가 교육 문제이다. 신자들 스스로가 보다 깊이 있고 성숙한 신앙생활을 위해서 교회 당국이 보다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많이 마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그 교육의 중심에는 바로 책이 자리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성서 역시 책으로 묶어졌고, 우리는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성서라는 책을 통해서 접하고 맛들이는 것이다.
복음이 선포된 역사도 책에서 비롯됐다. 「천주실의」, 「칠극」 등 교리서를 접한 선각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보았고, 결국 그로부터 이 땅에 복음이 선포됐다. 하느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담은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미 「신심서적 54권 읽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의 신자들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모든 본당 신자들이 회의적이었지만 1년여의 운동을 통해서 이런 운동은 얼마든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든 본당이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책을 통해서 만난 하느님을 성당에서 만나기 위해 평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수가 늘었고 미사 후에는 책과 전례를 통해 만난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성당을 떠날 줄 몰랐다. 매너리즘에 빠졌던 소공동체 만남 자리에서도 열띤 토론과 나눔이 이어졌다.
교회 출판문화 진흥 기대
그야말로 책은 신앙의 양식이요, 샘이 된 것이다.
이렇게 교회 안에서 신자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이 자리잡게 되면, 이는 그대로 교회 출판문화의 진흥으로 이어지게 된다.
직접적으로는 신자들의 수준 높은 지적 소양을 바탕으로 보다 양질의 출판물들이 기획, 출판될 수 있고, 이렇게 발간된 책들이 많이 판매됨으로써 교계 출판사들도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 벗어나 더욱 의욕적인 출판 기획들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교회 잡지와 교황, 교황청 문헌들에 대한 지적 호기심도 증가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더욱 깊이 있게 배움으로써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고 교회의 가르침을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토양을 다지게 된다.
특히 자발적으로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캠페인 기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책읽기를 통한 신앙 성숙 노력을 이어갈 수 있기에 강력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수 있다. 앞으로 일년동안 전개되는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은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 이것이 궁금해요?
교회 가르침을 실생활에서 실천
예수님 33년 삶따라 33권 선정
도서선정위 구성, 매월 추천
1, 이 운동을 왜 해야 합니까?
책은 지식의 보고이자, 신앙의 보고입니다. 성서를 통해서 하느님 말씀을 접하듯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책읽기를 통해서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의 메시지를 배울 수 있고, 그 가르침은 생활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운동은 스스로 하는 신자 재교육입니다. 본당에서 이 운동을 하고 나면 신자 개인의 성숙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성숙이 함께 이뤄질 것입니다. 따라서 강력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수 있습니다.
2. 과연 이 운동이 실현 가능할까요? 성공 사례가 있지만 그것이 모든 본당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고 저절로 되지도 않습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열의와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많은 본당이 잠실7동본당의 사례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그러한 열의와 의지가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미 우리는 성공사례를 갖고 있고, 충분한 교훈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으므로, 앞으로 이 운동을 실시하는 본당, 단체, 개인들은 더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3. 33권을 선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잠실7동본당에서는 연간 54권을 선정했습니다. 이는 한 본당에서 실시하는데에는 적절합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본당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조금 물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33년 동안 당신의 구원 사업을 세상에서 하셨음을 기억하면서 33권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33권이면 일년이 열두달이므로, 무더운 여름 석달은 매월 2권, 그 외에는 매월 3권씩을 독파해나가는 셈입니다.
4. 추천 도서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책의 선정입니다. 이를 위해서 주최측은 도서선정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이 위원들은 매주 한 차례 이상의 모임을 통해서 신심서적들 전반을 검토하고, 후보작들을 꼼꼼이 읽어본 후에 매월 2~3권의 추천도서를 선정하게 됩니다.
특히 위원들은 주최측 인사 외에 저명인사를 초빙하고, 참가자 여러분들도 위원으로 모실 예정입니다. 아울러 선정과정에는 위원들의 의견 외에, 참가자들의 추천과 교계 저명 인사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반영합니다.
■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어떻게 진행되나?
본당·단체·개인 단위로 참여 신청
연 1~2회 독후감 공모 대회 마련
본당, 단체, 개인 단위로 참여 신청을 한 참가자는 매월 선정되는 추천도서를 읽고, 한달 단위로 개인별 독서카드에 추천도서를 읽은 날을 기록한다.
작성된 독서카드는 본당, 단체장, 주최측을 통해서 수합됨으로써 참가자들이 추천도서를 얼마나 읽고 있는지 현황이 파악된다. 매월 파악된 참가 현황은 연말까지 집계되고, 1년 동안의 운동이 모두 끝나면 최종집계해 우수본당, 단체, 개인에 대한 격려의 자리가 마련된다.
한편 주최측은 독서운동 참가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연 1~2회의 독후감 공모 대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독후감 공모는 소정의 추천도서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우수한 독후감에 대해서 시상한다.
아울러, 지적 성숙과 저자들과의 깊이 있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명사 초청 강연이나, 저자와의 만남 등의 형태로 마련된다. 모든 참가자들은 이러한 자리를 통해서 자신이 읽는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고 평소 궁금했던 것에 대해서 직접 들을 수 있다.
한편, 주최측은 참가자들 및 모든 사목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누기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 사이트는 독서운동 및 추천도서에 대한 소개, 참가자 현황, 관련 기사 및 소식들이 전해지고, 격려의 말씀, 명사가 추천하는 책, 책을 읽은 소감 등 다양한 소식과 나눔의 장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내용들은 매주 발행되는 가톨릭신문 지면을 통해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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