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무엇보다 「문화 복음화」를 향한 목소리가 두드러진 한해였다.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의 복음화」가 공론화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으며 전국 본당과 기관단체 등에서는 각종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문화사목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오랜 불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전시회와 문화공연 등은 꾸준히 열려 문화선교에 큰 몫을 했으며 특히 미디어분야에서는 첨단 디지털매체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이어지면서 가장 큰 변화와 발전양상을 보였다.
출판가의 불황은 여전했다. 예년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특징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출판 불황을 타개하려는 적극적인 영업 활동이 두드러진다. 특별히 독서인구의 저변확대를 꾀하는 획기적인 독서운동이 서울의 한 본당에서 시도돼 큰 성과를 거둠에 따라 향후 그 가능성의 모색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문화의 복음화」는 90년대 이후 급변하는 시대의 요청과 양적 선교의 한계, 복음과 문화의 밀접한 관계, 교회 쇄신 등을 이유로 적극 제기돼왔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11월 5일 「문화의 복음화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는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문화의 복음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자리였다. 이 세미나를 통해 「문화의 복음화」가 복음과 삶의 접점을 찾고 삶의 환경을 복음화해 올바른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도록 하는 대안문화로 나아가야한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었다. 특히 이러한 전망을 위해 교회 전체 차원에서의 꾸준한 관심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세미나에서는 「문화의 복음화」가 그 자체로 선교이며 사목활동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또 「문화의 복음화」는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적극 투자해야할 주요 분야이며 프로그램 개발?교육 등을 담당할 연구소 혹은 문화사목센터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올해 역시 현대 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중문화의 정화와 복음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뚜렷이 실현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최근 성당과 사찰 등을 중심으로 적극 펼쳐지고 있는 「종교시설의 문화공간화」는 「문화의 복음화」의 적극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실시된 「종교시설의 문화공간화」 사업은 올해들어 「템플-처치 공연예술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공연예술제는 각 종교들이 서로 화합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각종 문예단체들에게 제작기회를 폭넓게 제공해 종교.지역.문화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win-win 기획」의 결과를 낳고 있다.
■ 문화
각 부문별로는 인터넷 등 뉴 미디어를 활용한 적극적인 미디어 선교활동이 큰 성과를 보였다.
성바오로 선교네트는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유료 웹애니메이션을 제작, 보급하면서 가톨릭 인터넷 문화 선양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선교네트는 현재 성서와 전례내용을 주제로 한 플래쉬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다양하게 보급하고 있으며 음악과 강의 및 오디오북 등 다양한 멀티컨텐츠를 유.무료로 제공한다. 11월부터는 성서 모바일 문자 서비스와 성서검색 기능을 갖춘 「모바이블(Mobi ble)」 서비스도 시작했다.
가톨릭음악 온.오프라인 유통기획사인 세실뮤직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미디어 보급으로 가톨릭음악의 대중화에 적극 나섰다. 세실뮤직은 최근 유명 인터넷포털검색사이트들과 50여개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톨릭음원을 공급해 유.무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휴대폰 통화연결음, 라이브벨, 음악편지 등에서 가톨릭음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교회 안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MP3 파일 다운로드 유료서비스를 시작해 가톨릭음악의 유통구조 정화 및 전문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음악도 인터넷을 통해 크게 확산된 것이 확인됐다. 가톨릭성가 종합홈페이지인 「가톨릭성가(chant.catholic.or.kr)」는 3여년에 걸쳐 실시한 성가대 및 성음악 관련단체 우수 홈페이지 선정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낸 보고서를 통해 사이버 공간 내 자료공유와 나눔 활동 등이 성음악의 질적.양적 성장에 높이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시장에 이어 국내에서도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큰 관심을 끈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Christ)」은 대중 문화를 통한 문화선교의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국내영화계에서는 현대사의 주요 순교자로 그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삶을 영화화한 「도마 안중근」이 제작돼 화제가 됐다. 순교자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부부의 삶을 그린 오페라와 칸타타도 공연문화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또한 그동안 각기 활동해온 한마음전례무용단, 한마음국악성가단, 가톨릭 국악실내악단 등 3개 단체가 연대한 「가톨릭 국악전례단」이 창단됐다. 국악전례단은 전통 가.악.무를 활용해 전례의 토착화를 꾀하고 사회복음화를 위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성바오로 수도회 주최의 살롱음악회와 인천교구 인터넷방송국 첫 공개음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도 눈길을 끌었다.
춘천.마산교구 가톨릭미술인들은 교구 벽을 뛰어넘어 신앙과 예술의 열정을 나누는 교류전을 처음으로 열었으며, 10월에는 국내 최초 이콘전문갤러리 「마오로」가 개관했다.
■ 출판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출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교회 출판사들의 분투가 엿보이는 한해였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각 출판사는 본당을 중심으로 이벤트성 홍보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이벤트성 전략은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 교회 서적에 대한 신자들의 수요 자체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을 타개할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에서 실시, 큰 성과를 거둔 독서운동은 교회 출판 문화 활성화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잠실7동본당이 한 해 동안 실시한 「신심서적 54권 읽기」운동은 100여권에 불과하던 본당 성물판매소 도서 판매량을 2만1000 여권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0배가 넘는 놀라운 성장이다.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독서운동의 특성상, 책읽기에 맛들인 신자들은 꾸준하게 독서를 지속해나갈 것이기에 장기적인 대안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에 따라 잠실7동본당의 사례를 바탕으로 가톨릭신문사가 내년에 실시하는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은 그 가능성을 한국 교회 전체 차원에서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로 시인 구상(세례자 요한)의 선종은 출판계 뿐만 아니라 일반 문화계와 교회 전체에 있어서도 커다란 슬픔이었다. 구도자적인 삶의 자세와 문학 작업을 통해 신앙과 삶, 예술과 실천의 일치를 한 몸에 보여준 구상 시인의 생애와 문학을 기리는 사업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올해 교계 출판계는 출간 종수나 장르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꾸준하게 다양한 교회 서적들을 펴내고 있다.
인터넷 서점은 이제 도서 구매의 가장 유력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발맞춰 단순히 서적을 구입하는 외에 가톨릭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질적인 변화를 이루고 있다.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서적들이 전에 비해 눈에 띄는데, 특히 생명윤리에 대한 책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생명공학과 가톨릭 윤리」(가톨릭대 출판부)는 올해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고, 「예수는 어떤 가정을 바라는가」(가톨릭신문사)와 「생명윤리-가톨릭교회의 가르침」(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교황청 우수 도서에 선정됐다.
한편 지난 1999년 창간한 종합 문화교양지 월간 「들숨날숨」이 휴간에 들어가 아직 속간되지 못한 가운데, 4월에는 「참 소중한 당신」이 「기쁨과 희망을 나누는 길벗」을 슬로건으로 창간됐다.
그밖에 가톨릭신문사가 주관하는 제7회 한국가톨릭문학상에는 소설집 「건달」의 작가 구자명(임마쿨라타.47)씨가 수상자로 선정됐고, 제8회 고(故)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에는 「철학과 신의 존재」의 저자 김현태 신부(인천교구 강화본당 주임)가, 연구상에는 「전쟁과 종교」의 저자 강인철 교수(세례자 요한.한신대 종교문화학과)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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