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8~14(부록)
지난주에 살펴본 8, 6~7의 표현들은 아가의 어느 부분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에 비해 마지막 부분 8~14절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수수께끼처럼 엮어져 있어서 후대에 첨가된 「부록」일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8~10절
여인의 오빠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이미 1, 6에 나타난 바 있다. 고대 근동에서 오빠들은 누이를 보호해야할 의무를 가진 사람들로 간주되고 있었다. 디나의 오빠들이 그러했고(창세 34장), 다말의 오빠인 압살롬도 예외가 아니었다(2사무 13장).
아가 여주인공의 오빠들 역시 동생의 혼사를 위해 그녀를 보호해야할 의무를 느끼는데 그들은 동생이 아직 결혼 적령기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다(8절). 그러나 그녀는 오빠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이 이미 성숙한 여인임을 주장한다(10절).
물론 그녀를 「여인」으로 만든 것은 연인이었다. 이제 소녀는 「여인」이 되었고 더 나아가 『화평을 찾은 여인』(10절)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랑은 한 사람을 성숙시키며, 그 어떤 억압과 소외의 상황에서도 「샬롬」 즉 평화를 이끌어 주는 것일까.
11~12절
11~12절은 누가 화자로 등장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여기에 등장하는 「바알하몬」도 어디인지 알 수 없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재산의 주인」이라는 뜻이 된다.
많은 학자들은 이 곳을 솔로몬 내궁의 포도원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11~12절의 내용은, 솔로몬이 자기의 포도원을 소작인들에게 각각 은전 천닢을 받고 맡겼다는 것이고, 이는 포도원이 대단한 금전적 가치를 지님을 암시해준다. 구약성서와 아가의 전통에서 「포도원」은 여인을 상징해왔기에, 이러한 포도원의 가치는 곧 여주인공의 가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13~14절
이제 아가의 마지막 부분이 등장하는데 노래를 부르는 이는 여인이다. 아가의 처음을 노래로 시작했던 이도 여인이었고, 마무리 역시 그녀의 몫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처음에 자기 연인을 상징했던 「노루」, 「젊은 사슴」의 소재를 다시금 적용시킨다. 마치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듯 초기에 등장했던 모티브를 적용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연인을 『서둘러 오라』고 초대하는데 그 장소는 「발삼산」이다. 발삼산은 그녀 자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에, 이제 연인을 그녀에게로 초대하면서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화의 근원, 사랑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정의를 읽은 적이 있다. 때론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내가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라도 그를 기어이 살려내는 것, 그런게 바로 「사랑」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사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다면 그 외적인 결과를 「쟁취」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행복까지 얻을 수는 없다.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오히려 누군가에게 스스로를 내어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해, 심각한 경제난으로, 친부모를 고려장하거나 폭행한 사건들이 자주 보도되었다. 그런데 그런 비상식적 상황에서도 부모들은 자식을 고발하지 못했다. 폐륜아일지라도 부모에게 자식은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진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생의 전부를 걸 정도로 소중한 사랑이, 상대에겐 기억조차 되지 않는 하찮은 것이 될 수도 있다. 고단하고 외로운 우리 삶의 현주소이며 이기적 현실인 것이다.
아가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인은 자신을 『화평을 찾은 여인』이라고 표현한다.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그녀의 여정을 돌아다본다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비논리적, 폭력적 상황에서도, 조용하고 다정한 얼굴로 그 부당함을 극복함을 기억하기에, 그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이번 가을 내내 우리와 함께 했던 아가의 사랑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단면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오랜 시절 감정을 공유해온 사이라 하더라도, 하느님과 부모들의 사랑을 제외하고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랑이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삶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을 잃고 살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언제나 주변에 계시면서 기적같은 하루하루를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감지할 수 있는 지혜만 준비되었다면, 이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결코 초라하지 않고 아름다울 2005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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