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격렬한 논란을 불러온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이 지난 한해 전세계 영화계와 종교계의 화제가 됐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까지 12시간을 집중 묘사한 이 영화는 유다인들을 예수 살해의 주범으로 묘사해 반유다주의 영화로 비난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평가를 했다.
▲ 멜깁슨이 제작한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
인간 배아 복제 논란
인간 배아 복제를 둘러싼 논란은 올 한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냄에 따라 교황청은 지난 2월 이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인간 개체 복제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금지하고 있지만 치료용 배아 복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는 형편이다. 하지만 교회는 배아 복제 실험은 생명권을 침해하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가르친다.
▲ 서울 가톨릭의사회가 주최한 인간배아줄기세포 관련 심포지엄.
수단 내전, 난민 200만명 발생
수단 다르푸르에서는 지난해 2월 아랍계가 지배하는 정부에 맞서 토착 소수 민족들이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시작된 내전으로 200여만명의 난민들이 발생하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학살이 발생했다.
유엔에 의하면 다르푸르에서는 올해 3월 이후 매달 1만명씩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200만여명의 난민들이 귀환 가능성도 없이 국경 지역을 떠돌며 난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 파차나 수용소 앞에서 당나귀를 타고 가고 있는 수단 난민들.
추리소설 ‘다빈치 코드’ 열풍
올 한해 전세계 출판가를 강타한 초특급 베스트셀러가 바로 「다빈치 코드」이다. 미국에서만 700만부, 한국에서도 5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이 책은 예수가 인간이며, 막달라 마리아와 혼인해 딸을 두었다는 등 가톨릭의 가르침을 훼손하고 있어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금지되기도 했다.
이 책은 실존인물을 등장시키고 고대역사와 비밀단체, 고도의 상징 등을 소재로 마치 다큐멘터리인 듯 독자를 현혹시킨다.
성체성사의 해 개막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 10월부터 2005년 10월 제11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 때까지 1년 동안을 「성체성사의 해」로 지낼 것이라고 선언하고, 제48차 세계성체대회 폐막일에 즈음해 성체성사의 해 개막을 선포했다.
교황은 이를 위해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를 발표했고,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그 후속 문헌으로 「성체성사의 해-제안과 권고」를 발표했다.
▲ 제48차 세계 성체대회 개막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낙태 지지 정치인 영성체 금지
낙태와 안락사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영성체를 금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미국 가톨릭교회 안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라 크로세 교구를 시작으로 여러 교구장 주교가 이들의 영성체를 금지했다.
특히 이는 미국 대선과 겹쳐, 낙태를 지지한 존 케리 후보의 입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대됐다. 교황청까지 나선 결과 미국 주교회의는 이 문제에 대해 교구장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 미국의 한 여성이 뉴욕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낙태지지 정치인의 영성체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교황, 이라크 포로 학대 비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6월 4일 교황청을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에서 벌어진 미군의 포로 학대 사건과 관련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 비판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은 전세계적인 비난을 불러왔으며, 교황청은 「공포와 수치」의 행위라며 이를 비난했다.
교황청은 특히 이러한 행위에 대해 『당신의 모상대로 인간을 창조한 하느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 교황이 부시 대통령에게 조속한 이라크 사태 해결을 요청하고 있다.
가톨릭-정교회 공동성명 발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7월 1일 세계 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와 함께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복음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공동성명서는 지난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와 아테나고라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역사적 만남 4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것이다.
두 수장은 성명서에서 그리스도교 일치의 열망을 확인하고 두 교회간의 신학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교황과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원죄없으신 잉태 교리 반포 150주년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 반포 150주년을 맞아 교황청을 비롯한 세계 교회가 기념행사들을 거행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8월 15일 루르드를 방문해, 기념미사를 집전한데 이어 12월 8일에는 바티칸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12월 8일 칙서를 통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전으로 원죄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보존됐다』고 선언했다.
▲ 원죄없으신 잉태 교리 반포 기념 미사가 명동성당에서 거행됐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 타계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타계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1월 11일 보낸 위로 전문을 통해 중동 성지에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정착을 기원했다.
교황은 아라파트와의 만남에서 늘상 이스라엘 국민들의 안전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치권을 함께 강조했다. 교황청은 1994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외교사절을 교환했으며, 2000년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아라파트 의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