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올 한해는 나의 사제 생활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을 갖게 해 준 해였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본당 사목만을 해왔던 나에게 일반병원 사목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사목을 할 수 있게 되어 사제 생활의 기쁨과 보람을 더욱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병원 사목이라면 가톨릭계 병원(Catholic Medical Cencer)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의 사목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교구에서는 20여개 일반 병원에서 약 35명의 사제와 수도자들이 함께 각 병원의 원목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일반 병원의 원목신부로서 나의 하루 일상은 환자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환자들의 모습을 대하며 나는 먼저 치유자이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병환자, 중풍병자, 손이 오그라든 사람, 하혈병 여인, 귀먹은 반벙어리, 앞 못보는 소경 할 것 없이 당신께 다가오는 수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셨던, 모든 사람들을 치유해주셨던 예수님의 삶을 실제 내 삶 속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나름대로 애덕을 실천할 수 있어서 많은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행적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병자의 치유 사화에 대해 이제 새삼 공감을 느끼며 예수님 시대에 모든 것이 힘겹고 어려운 백성들의 고통에 극심한 목마름을 느꼈던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체득하게 되는 듯 하다.
또한 육신의 병으로 나약해진 환자들의 마음을 대하며 그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내 모습 안에서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갖게 된다.
『형제님, 힘내세요. 자매님, 자매님의 마음을 알고 계시는 예수님께서 병을 치유시켜 주실꺼예요. 함께 기도해요』
이런 말을 건넬 때 환자분들이 눈물을 흘리시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럴 때 나는 많은 말보다는 환자분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얼굴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꼭 잡고 당신들의 고통을 호소하시는 모습을 보며 환자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임을 느끼게 된다.
원목자로서 살았던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할 때 나는 육신의 피로를 느끼지만 내게 건강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내일 또 환자들을 만날 때 보다 기쁜 모습으로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현재 내 삶에서 환자분들은 바로 예수님과 같은 분들임을 고백해본다.
『치유자이신 예수님, 환자분들이 겪고 있는 육신의 고통을 이겨내는데 도움될 수 있도록 저를 당신 성령의 영적 위로와 힘을 베푸는 도구로 써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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