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간의 병고 신앙으로 이겨내
◎… 위독하다는 지난 2개월여 동안 극도의 병고 속에서도 신앙심으로 오롯이 이겨내는 고 이갑수 주교의 마지막 모습이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이때 문병차 병실을 찾아온 사제들이나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아주 소중하게 맞이하면서 일일이 덕담을 들려주시는 모습이 이미 이때 임종을 예감하신 것 같다고. 특히 이주교가 직접 키우다시피 한 두 조카딸 중 미국에서 급히 달려왔다는 김정화(카타리나) 화백은 『이국생활의 아픔과 어려움도 주교님이 물려주신 신앙심 덕분에 모두 이겨낼 수 있었다』는 자신의 말에 가장 기뻐하시던 주교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장례기간 중 모든 조화와 부의금을 일체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지만 그래도 전국 각처에서 조화가 쇄도했다. 보내온 화환중 일부는 그대로 돌려보냈는데, 그중 일부는 리본만 받아 빈소가 마련된 남천성당 복도에 전시했다.
◎… 21일 새벽 5시경 메리놀병원에서 이주교가 선종했다는 소식을 접한 부산교구는 즉각 총대리 이홍기 몬시뇰을 위원장으로 한 장례위원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3일장 내내 매일 수차례씩 회의를 거듭했다. 교구 역사상 「전임 교구장의 선종」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처음 접했기에 모든 전례나 의전 절차 등을 사제들이 모여 회의를 거듭하며 일일이 조율해 나갔다.
초대 교구장 최재선 주교 안타까와하며 조문
◎… 이번 장례기간 중 빈소를 지키던 사제들의 대화 한토막. 아흔을 넘긴 초대교구장 최재선 주교가 제2대교구장 고 이갑수 주교 빈소가 마련된 첫날인 21일 아침 일찍 찾아와 『니가 와 먼저 가노』라며 안타까워하며 조문했다고. 『다음은 내 차례』라고 밝힌 최주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주교좌 남천본당 소성당에서 봉헌된 고인을 위한 첫 추모미사를 후배사제들과 함께 집전했다.
◎… 장례미사 전날 22일 저녁 5시경 주교단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김수환 추기경은 교구장 정명조 주교의 안내로 빈소를 찾아 조문 후 유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가며 위로했다.
장례미사에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은퇴주교를 포함한 29명의 주교들이 대거 참석, 주교단의 일치를 보여주는 장관을 연출했다. 광주대교구 전 교구장인 윤공희 대주교와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 등 몸이 불편한 두 주교를 제외한 한국천주교 주교단이 전원 참석했다.
◎… 이주교의 수의는 올해 아흔 한 살의 수예가 박순경(모니카) 여사가 지어 드린 작품. 박 여사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여러 사제들에게 제의를 지어 드린 것은 물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도 자신이 직접 수놓은 초상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노고로 장례 치러
◎… 장례기간 중 수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숨어 있었다. 이들 중 교구 가톨릭 운전기사회와 3년차 이하 사제들이 특히 애를 섰다. 교구청 사제들과 직원들은 물론, 교구 평협, 여성연합회, 연합성가대 등 제 단체들의 헌신적인 노고와 더불어 3일장 내내 특히 마지막날 장지인 양산 천주교 공원묘지에서까지 차량 통제 봉사에 힘쓴 운전기사회와 빈소가 마련된 첫날부터 3일동안 밤샘 연도를 바치며 봉사한 서품 3년차 이하 30여명의 젊은 사제들은 연도중 「부모를 위한 기도」 부분을 도맡아 했다.
◎… 장례기간 중 부산 남천 주교좌성당에서와 똑같이 울산 월평성당 강당에 빈소를 차려 3일 동안 3000여명의 조문객을 맞았다. 마지막날 하관예절 후 모든 교구민의 헌신적 봉사에 감사드리는 인사말에서 교구장 정명조 주교는 울산지역 사제단(대표=윤경철 신부)과 남천 주교좌성당에서 3년차 이하 사제들과 더불어 3일 동안 밤샘하며 빈소를 지킨 교구 사제단에게 어버이를 잃은 사제들의 효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 부산교구 사제들은 성탄찰고, 판공성사 등으로 일년중 가장 바쁜 성탄절이 임박한 시기에 장례를 치르느라 이중 삼중의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주교의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고, 빈소를 찾는 많은 신자들은 그동안 주교님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리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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