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생명 터전인 ‘가정살리기’ 매진
성체성사 정신 실천위한 사목방안 모색
사형폐지·생명운동 등에 전국차원 연대
전국 각 교구장 주교들이 발표한 2005년 사목교서에 나타난 한국교회의 올해 사목 방향은 지난해와 같이 「가정」, 그리고 「생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동안 지내게 되는 「성체성사의 해」를 맞아, 성체성사에 대한 인식 강화와 성체성사의 정신을 삶으로 실천하기 위한 사목적 방안의 모색들이 올 한해 한국교회의 주요한 사목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이러한 지향을 두고 10여년 이상 한국 교회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 모색되어온 소공동체의 활성화가 역시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청소년·청년 사목에 대한 깊은 관심 역시 크게 나타나고 있다.
각 교구 사목교서와 주교회의 등 각계 움직임을 바탕으로, 올 한해 한국교회의 사목적 과제와 방향을 살펴본다.
▨ 가정과 성체성사의 해
「가정의 위기」가 거론되면서부터 집중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가정 문제는 올 한해에도 한국교회의 핵심적인 사목과제이다. 거의 모든 교구가 교구 활동의 중심에 가정 사목을 두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건강한 가정공동체를 위한 사목」이 세상 복음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이해하고 그리스도인 가정이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춘천교구는 「참된 가정 이루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하며, 일상의 실천으로써 가정을 살릴 길을 모색할 것을 권고했다.
대전교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새해의 사목방향을 「복음적인 가정교회의 해」로 정하고 모든 가정이 「가정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안동교구는 「가정의 복음화」를 제안하고 모든 가정이 스스로 자기 가정의 복음화 방법을 찾아 실천하도록 권고했다.
가정사목에 대한 이같은 깊은 관심은 성체성사의 해에 즈음해 성체성사의 정신과 통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교구는 「기초 복음화의 해」 결실을 위해 「성체신심을 돈독히 하고 성스러운 가정이 되자」는 2가지의 실천 목표를 정했다. 특히 미사와 성시간, 성체조배 등 성체성사와 성체신심을 기르는데 주력하고 성가정의 건설을 위해서 생명 존중, 기도, 성서, 대화, 노인 배려 등 5가지 실천사항을 제시했다.
대구대교구는 소공동체 활성화와 성체성사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주일미사 참례, 성서 읽기, 소공동체 모임, 복음나누기 대회 개최 등을 교구 사목에 반영할 내용들로 제시했다.
전주교구는 말씀 위에 세워진 가정을 위해서, 각 가정마다 성서를 봉안하고, 안수기도를 실천하며, 자기 지역을 아름답게 할 것을 당부하고 특별히 성서백주간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확산을 권고했다.
▨ 생명운동
가정은 생명의 요람, 가정의 위기는 그대로 생명 문화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가정 사목과 생명 운동을 하나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회는 가정과 생명 운동을 위해 전국 차원의 연대 모색을 시도해왔으며 올해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사형제도 폐지 운동과 함께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움직임은 올 한해 교회 생명운동의 한가운데 위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교회 일각에서는 생명윤리법의 독소 조항들을 대상으로 헌법 소원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지금까지의 다소간 미비했던 활동력을 대폭 강화하고, 전국 차원의 힘을 결집해 대대적인 연대 운동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간 배아 실험을 그 핵심적인 논쟁거리로 두고 있다. 이는 곧 정부 정책이나 일부 생명과학자들의 상업성을 바탕으로 한 배아 복제 실험 지지에 맞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의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청소년·청년
교회의 미래이자 현재인 청소년과 청년 사목 강화의 문제는 이미 늦은 감이 있을 정도이다. 교구 시노드에서부터 소공동체와 청소년 사목을 강조한 수원교구는 올해도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사목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그 핵심 구성원인 군종교구는 교회의 미래인 청년사목, 그리고 그 터전이며 희망으로서 군종교구를 표방하며 청년사목에 매진할 것을 강조했다.
청주교구는 인류와 교회의 미래가 가정에 달려 있음을 재확인하며, 특별히 가정의 기쁨이며 교회의 희망인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청주교구는 특히 청소년들이 복음화의 대상인 동시에 주체로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교회 공간이나 활동에서 그들의 몫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공동체 활성화
지난해 한국교회 소공동체 운동 10년을 평가하고 전망한 바 있는 한국 천주교회는 소공동체 활성화가 향후 교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임을 지적했다.
대구대교구는 한국의 소공동체가 공소에서 시작돼 반모임에서 형태를 갖추고 다시 소공동체로 모습을 가다듬어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교회는 사랑의 공동체이고, 그 구성원들인 신자들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활력을 얻게 됨을 상기시켰다. 이에 따라 모든 신자들이 소공동체를 위해 매주 모임을 갖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부산교구는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를 당부하고 사제 중심에서 신자 중심 사목구조로의 변화를 지적하면서,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복음묵상과 나눔을 통해 소공동체를 활성화할 것을 권고했다.
제주교구는 가정에서부터 소공동체를 건설할 것을 당부하면서, 모든 가정들이 적어도 매주 한 번 가족이 한데 모여 성서를 읽고 나누는 친교의 장을 마련하고, 가정에서 먼저 이러한 훈련을 하면 그 가족들이 모이는 소공동체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의 복음화 노력
문화의 세기, 영성의 시대를 맞아 전방위적으로 문화적인 접근법의 사목 방안들이 다양하게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문화의 복음화」는 이미 개신교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험되어온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천주교 안에서 문화의 복음화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못했다.
현대인들의 문화 환경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대중문화 환경을 중심으로 한 현대 문화 현상들에 직면해서 교회는 영성적인 면모를 발견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음악, 미술, 방송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고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대 문화 속에서 영성적인 측면을 읽어내려는 움직임들이 비록 일부이지만 서서히 일어나고 있어 이들의 활동이 어느 정도까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된다.
아울러, 여전히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교계 출판계는 새해에도 고군분투가 예상되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공동체적인 독서운동의 성과가 주목된다. 예컨대, 이미 지난해 큰 성과를 거둔 서울 잠실7동본당의 「신심서적 54권 읽기」를 비롯해서, 여러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독서운동들은 교회 출판문화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동시에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으로서 독서운동이 가진 잠재적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 가톨릭 영성의 탐구
지난 한 해 한국 교회는 이른바 「신(흥) 영성운동」 등 영성적인 도전에 직면한 한국교회 현실을 드러냈다. 이른바 기 수련이나 요가 등 동양의 수련운동들에 가톨릭 신자들이 과도하게 빠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들이 지적됐고, 우려와 경고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는 곧 한국교회의 영성적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쇄신과 계발, 새로운 발견의 필요성에 대한 요청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가톨릭교회가 지닌 영성의 보화들을 새롭게 발견하려는 시도들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부터 자주 거론되는 각종 성서공부 방법, 새로운 시도 운동들이 그것이고, 교구나 본당에서 실시하는 기도와 영성 프로그램들이 올해에는 더욱 풍부하게 시도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적인 고도성장의 길을 걸어온 한국 교회는 이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미 스스로 충분히 지니고 있는 영성의 보고를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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