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화비평을 시작하며
문화(文化 culture)란 인간에게 고유한 지적 활동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를 이 세상 안에서 인간적 삶이 드러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간의 삶을 엮어 가는 그물망(network)의 요소들로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우선 포함됩니다. 즉 종교, 사상, 예술, 언어, 교육, 역사, 과학, 사회제도 등입니다.
현대 사회를 가리켜 흔히 문화의 홍수 시대라고 합니다. 문화가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최고조로 발휘시켜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중매체나 사회 풍조가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오늘의 문화적 현실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퇴락시키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현대 문화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더욱 깊이 탐구하여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영성(靈性 spirituality)이란 바로 인간 내면의 본성을 되찾아 고양시키는 통합적이고 초월적인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가능성의 길을 다양한 종교와 사상, 예술과 전통 등이 저마다 제시해 오고 있습니다. 성령의 힘으로 피조물의 완성을 추구하는 그리스도교의 영성과, 만물 안에 내재되어 있는 완성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불교의 불성(佛性)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들 속에 감추어진 진정한 영성을 찾고자 하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가톨릭대학교는 문화영성대학원을 설립하고, 문화에 대한 영성적 안목을 기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문화와 영성의 통합,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만남과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과 현장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통하여 문화영성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 또한 문화영성대학원의 설립 목적이기도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종교학자 하비 콕스는 21세기를 전망하여, 『영성의 세기,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한 편으로 과학 기술문명이 고도로 발달을 계속하면서 고도의 기술(High-Tech) 시대를 이어나가겠지만, 그에 못 지 않게 인간 내면의 문제를 추구하는 고도의 감성(High-Touch) 시대로서의 비중도 그 중요성을 더해 간다는 말입니다.
그러한 전망은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감지되는 현상입니다. 떠들썩한 휴가 행렬 대신 조용한 명상의 터를 찾는다거나, 다양한 형태로 마음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최근의 추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본 문화영성대학원에 보여주신 많은 분들의 지원과 성원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관심만 보아도 그러한 전망을 확실하게 만듭니다.
올해 가톨릭대학교는 개교 150주년을 맞습니다. 마침 더욱 뜻 깊은 이 시기에 가톨릭신문사와 문화영성대학원이 함께 마련하는 현대문화 비평이 우리 모두의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소리로 널리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그와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고서 이 칼럼에 동참하는 필진들은 문화의 현장을 찾아보고, 그리스도교 영성의 눈으로 곱씹어 보는 작업을 일년간 함께 해 나가고자 합니다.
필진
▲김수정(서울대 강사.성음악) ▲김영수(안양대 교수.문학) ▲김재득(서강대 교수.종교행정) ▲김정희(음악평론가 및 공연프로그래머) ▲박문수(가톨릭대 전임연구원.사이버문화) ▲박선영(가톨릭대 교수.언론 및 법) ▲박일영(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장.종교문화) ▲박태식(성공회대 교수.영화평론) ▲서우석(서울대 교수.음악)▲송종례 수녀(가톨릭대 강사.영성신학) ▲신승환(가톨릭대 교수.문화철학) ▲연인선(연세대 강사.다문화비교) ▲오정국(언론중재위 전문위원.문예창작) ▲윤석인(가톨릭대 교수.NGO영성) ▲이유남(영성신학박사) ▲장정란(가톨릭대 전임연구원.동서교섭사) ▲조관수(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영화감독) ▲조광호 신부(인천가톨릭대 종교미술학부장.종교예술) ▲최준규 신부(가톨릭대 교수.교육학) ▲한옥미(가톨릭대 교수.설치음악) 이상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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