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3,13~17
“회개하라는 요한의 가르침 따르자”
오늘은 주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을 상기시키는 축일이다.
4복음서는 모두 가장 오래된 전승 중의 하나인 예수께서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사건에서부터 예수의 공생활에 관한 서술을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예수 공현축일에 기념하는 구세사의 세가지 시초적 사건중의 둘째에 해당한다.
이 이야기의 외적 표상들은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의 접촉 및 성령의 능력이라는, 말로는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실재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 접촉은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를 나는 어여삐 여겼도다』(마르 1, 11)하는 구약에서 따온 말로 요약되어 있다.
이것은 이사야서의 수많은 노래에 나오는 고통받는 「야훼의 종」이라는 인물을 환기시켜 준다.
『나의 종을 보라…내가 뽑은 자에 대하여 나의 영혼이 만족하노라』(42, 1). 『…그러나 야훼께서는 우리 모든 이의 잘못을 그에게 지우셨도다』(53, 6).
따라서 예수의 세례는 그의 종으로서의 역할을 표시한다.
후에 예수께서는 두번 자기 죽음을 두고 「세례」라는 말로 표현하신다(마태 20, 22: 루가 12, 50).
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을 바쳐 비천한 종이 되고, 모든 죄를 짊어지는 어린양이 되는 것이 예수의 소명인 것이다.
이어 복음서는, 『그리고 물에서 올라 오시자마자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기에게 내려오는 것을 보셨다』(마르 1, 10)고 말하고 있다.
이것도 야훼의 종의 노래에서, 『나는 그의 위에 나의 영을 주노라』(이사 42, 1)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구약 시대의 하느님 사람들은 자기들 안에 깃든 하느님의 영을 마치 어떤 이상한 능력이 자기를 붙들고 있는 것 같이 체험했다.
그러나 예수의 생애가 보여주는 영으로 충만한 모습은 마치 영이 필요 없는 것 같이 보일 만큼 자연스럽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떤 생소한 것으로 영을 소유하신 것이 아니라고 하겠다. 그것은 자기에 속하는, 자신의 영으로 소유하는 힘인 것이다.
『하느님이 보내신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것은 야훼께서 아낌없이 영을 주시기 때문입니다『(요한 3, 34: 이사 11, 2).
요한이 준 물의 세례는 이 영의 세례에 의하여 새로운 의의가 주어진다. 미래의 신자들에게 주어질 영의 세례의 상징이다.
그래서 동방 전례에서는 예수 공현축일 전야에 다음과 같은 노래를 한다:『오늘 주께서 당신 선구자의 손 아래 머리를 숙이시도다. 오늘 주께서 사람들의 죄악을 물속에 묻으시도다. 오늘 주께서 높은데로부터 하느님의 아들이며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선언받으시도다. 오늘 주께서 친히 오셔서 물의 본성을 거룩하게 하시도다. 주께서 요르단 강물에 잠기셨으니, 이는 당신이 씻길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당신 안에 우리를 위한 재생을 준비하시기 위함이로다』.
요한의 세례는 다가올 것에 대하여 준비되어 있다는 표시이지, 그리스도교의 세례처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공격하는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점령한다』(마태 11, 12).
요한은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부르짖었고 따라서 그는 신약성서의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율법과 예언자의 시대는 요한까지이다』(루가 16, 16).
요한은 신.구 양시대의 경계를 이루는 전환점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신약성서에 속한다.
그는 그리스도에게로 나아가는 길의 일부이다. 요한은 참 빛이신 예수께서 나타나신 지금에는 잊어버려도 좋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준비를 하도록 가르치는 분이다.
요한의 존재 의의는 시간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교회는 매년 4주간을 정해 놓고 세례자 요한의 소개를 듣고 있다.
『회개하라』
이것이 요한의 외침이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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