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눔의 교회로 나서야할 때
한국교회 해외원조 1인당 연간 250원꼴
고통받는 나의 이웃 위해 인류애 펼쳐야
해마다 대규모 자연재해
지난 해 12월 26일 동·서남아시아 각국을 강타한 지진과 해일은 전 지구적 재앙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인적.경제적 손실을 불러왔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피해는 계속 늘어 지진.해일 피해 사망자가 15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유엔(UN)은 예상하고 있다.
첨단 과학의 발달과 이로 인한 기상 예보 시스템 구축은 자연재해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자연재해 앞에서 인류는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게다가 지구의 기후 변동폭이 차츰 커지면서 지진과 가뭄 등 자연재해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해 6월 방글라데시에서 수개월간 홍수가 발생해 전 국토의 66%가 물에 잠기고 3000만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8, 9월에는 미국 플로리다 일대와 카리브해 연안에 허리케인 찰리, 프랜시스, 아이반 등이 차례로 찾아와 27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이번 지진.해일 발생 꼭 일년 전인 2003년 12월에는 이란의 페르시아 유적지 밤 시에서 지진이 발생해 4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같은 해 겨울에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비교적 잘 돼 있는 북유럽에 혹한이 찾아와 프랑스에서만 1만4000명이 숨졌다.
인도, 중미 지역 대지진(2001년), 멕시코 대홍수(1999년), 파푸아 뉴기니 해안 지진 해일(1998년), 일본 고베 지진(1995년) 등 대규모 자연재해는 거의 매년 전세계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003년 한 해 동안 7만6000여명. 하루에 210명 꼴이다. 유엔은 지진, 홍수 등 재난 피해자가 전쟁 등 분쟁 피해자 수보다 해마다 7배 이상 많다고 밝힌 바 있다.
급속한 세계화로 자연재해의 성격도 점차 국제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 지진.해일의 경우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인도뿐 아니라 유럽 등 세계 각국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신혼여행이나 관광차 이 지역을 방문한 많은 한국인들도 사망하거나 실종된 상태다.
선진국들을 비롯 세계 각국이 직.간접 피해 여부를 떠나 잇달아 원조금을 전달하고 구호인력을 재해지역에 파견하는데 발벗고 나서는 것은 이에 기인한다.
세계 각국의 원조 움직임에는 가톨릭교회도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교회의 원조는 일부 선진국에서 보여지는 향후 이해관계와 자국의 이익에 기초한 계획적 원조가 아닌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원조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국제 카리타스 구호활동 활발
자연재해 등의 구호활동에 있어 교회를 대표하는 기구로는 국제 카리타스를 꼽을 수 있다. 국제 카리타스는 교황청 산하로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자선, 구호, 사회복지, 개발사업을 총괄 조정한다.
전 세계에 162개 회원 기구(한국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를 두고 있는 국제 카리타스는 자연재해 등을 입은 피해 지역 카리타스를 통해 피해 상황과 긴급 구호 요청을 접수 받고 각국 카리타스에 구호를 요청하고 있다. 영국 교회의 해외원조기구인 캐포드(CAFOD), 미국 주교단의 해외원조기구인 가톨릭구제회(CRS, Catholic Relief Service) 등 비교적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원조기구들도 모두 국제 카리타스 회원기구다.
이번 지진·해일의 경우도 국제 카리타스는 2600만 유로를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피해 지역 카리타스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구호전문가들을 파견, 긴급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국제 카리타스로 대표되는 교회의 원조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원조주일로 정하고 2차 헌금을 통해 해외원조 기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란 지진, 방글라데시 홍수 피해 등 세계 각국의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원조금을 국제 카리타스와 피해지역 카리타스에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 신자들이 갖고 있는 해외원조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해 교회의 해외원조금과 신자 수를 비교할 때 신자 한 명이 해외원조를 위해 내놓는 금액은 한해에 고작 250원 꼴.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탈바꿈한다는 말을 무색케 한다.
각 교구 2차헌금 실시
이번 지진·해일의 경우에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나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각 교구에서 2차 헌금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구촌의 한 가족인 아시아지역 주민들을 돕고자 하는 이번 모금에 대한 한국교회 신자들의 참여는 어떨지 미지수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고 마냥 신을 원망하고 외면할 수 만은 없다. 고통받는 이들이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도록 관심을 갖고 인류애(人類愛)를 펼치는 일은 교회 신자들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의무다.
태풍 매미로 인한 해일이 경남해안을 덮쳐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언제 어느 때 지진과 해일이 닥쳐올 지, 그리고 전세계 각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일어날 지는 누구도 모른다.
■인도 첸갈파투교구에서 온 편지
인도 첸갈파투 교구 산하 사회개발사업 주관기관인 CRDS(Chengalpattu Rural Development Society) 책임자 예수 안토니 신부가 지진 해일로 피해를 입은 현지 상황을 1월 3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알려왔습니다.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해 해안가에 자리한 집들은 모두 휩쓸려 나갔습니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곳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도 죽거나 다쳤습니다. 그리고 이곳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던 배와 그물도 모두 부서지거나 파도에 휩쓸려 나갔습니다. 고기잡이만이 가족을 부양하는 유일한 길이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해 있습니다. 이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바다뿐이었는데 바다의 신이 이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말았습니다.
희생자들 중에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진해일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도 교복과 책, 학용품 등을 모두 잃었습니다.
첸갈파투 교구 내 60여개 지역을 관할하며 사회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CRDS는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기 위해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구호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피해규모가 막대하고 이곳이 원래 가난한 지역이어서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에서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이 지역 주민들의 사회개발사업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피해주민들을 돕기 위한 관심을 다시 한번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수 안토니 신부
◎ 도움주실려면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02-2279-9204)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02-727-2264)는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동.서남아시아 각국을 돕고자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긴급구호 특별계좌=우리은행 454-005324-13-045 한마음한몸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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