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어법 되살려 신연도 토착화 이뤄야”
구연도·신연도 음악구조 비교
연도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중적 정서와 전통 음악어법을 토대로 한 한국천주교 성가로 한국가톨릭 종교문화현상 중 가장 자연스럽게 토착화를 이룬 모범사례이다. 따라서 신연도는 불필요하게 개정된 부분이 많으며 새롭게 토착화하기 위해 구연도의 특징인 전통적인 음악어법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양대 음악대학원 강영애씨는 최근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한국 천주교 장례노래(연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신연도 토착화 방안의 하나로 한국 사람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한글 가사를 사용하듯 음악 역시 전통적인 음악어법을 갖추고 전례 안에서도 적극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에서는 전국 각 교구별로 채집한 연도사례를 비교 분석했으며 한국풍 천주교성가의 시대별 변화양상과 연도의 형태, 전통음악성, 구연도의 음악 구조 등을 밝히고 있다. 한국 교회 안에서 구연도 혹은 연도의 일부분을 연구한 사례는 있지만 연도의 통시적·공시적 특징을 밝히고 구연도와 신연도를 비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옥영혼을 위한 장례노래인 연도는 대시편 130편과 51편, 호칭기도, 찬미기도 등으로 구성된다. 「말씀」이 결부된 거룩한 노래로서 한국 실정에 맞는 상호 교환창으로 불리며 대부분 공동체가 같이 행하는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연도는 지역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통일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연도는 민중적 정서를 담아 평신도들에 의해 전해짐으로써 박해시대에는 물론 일제 시대 서양음악에 의한 지배에도 불구하고 현대까지 전통적인 연도가락의 맥을 이어왔다.
또한 한글을 사용해 신분차이에 구애없이 자신의 정서를 가락에 실어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일자일음식 가락은 불규칙적이고 긴 기도문을 암송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언어(말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선율보다는 의미전달이 확실한 언어리듬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연도는 어려운 한자어나 어휘만 계속 바뀔 뿐 내용은 거의 그대로 현대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나 연도는 1990년대 들어 기도문의 어휘가 완전히 바뀌고 오선보로 표기되는 큰 변화를 겪는다.
강씨는 논문에서 『연도는 170여년간 이땅에 뿌리내리면서 한국의 전통음악과 문화를 흡수한 연도만의 독특한 선율구조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며 『굳이 악보가 필요없이 구전 전수될 수 있는 음악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보화가 이루어졌다』며 신연도 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연도의 악보는 구전돼온 연도가락을 보존할 수 있고 전례를 통일화할 수 있다는 표면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반면 전통가락의 왜곡과 단절도 우려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강씨는 연도의 전통음악성을 다시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 주장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한글맞춤법과 현대적 어법에 의해 개정된 기도문은 그대로 사용하되 음절수에 따라 일정하게 표현되는 구연도식 낱말 단위의 리듬형 적용 ▲5음 음계를 사용하더라도 구연도의 음정폭인 2도나 3도를 유지 ▲밀어올리는 음, 흘러내리는 음, 흔드는 음으로 표현되는 시김새를 적절하게 사용한다 ▲ 현재의 신연도악보 대신 중간종지선율, 완전종지선율, 호칭선율로 나타나는 세가지 선율형을 기도문에 제시 ▲장례미사나 위령미사 등 미사전례에서 우리가락의 연도를 교환창으로 부른다 ▲숫자율보를 기도문에 간단히 표시해줌으로써 구연도가 갖고 있던 전통음악성을 살려나간다 ▲연도의 가창지도는 피아노 등 서양악기 반주보다는 테이프나 음반을 들려주며 현장성을 살린다 등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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