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직 수행 위한 공생활 시작
스스로 낮추신 주님세례 본받아
신앙인으로서 책임·의무 다해야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축일은 1969년 전례력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주님 공현 대축일 후 8일째 날에 지냈으나, 전례력 개정 이후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에 오는 주일로 옮겨져 독자적인 축일로 자리잡았다.
예수님의 세례는 인류 구원사업의 시작이며, 자신의 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 첫 사건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임이 계시되었고(마태 3, 17),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온 성령을 통해 메시아직 수행을 위한 도유와 파견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즉 세례를 통해 예수님의 본격적인 공적인 활동 시작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예수님의 세례는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는 하느님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낮춰 강물 속으로 잠기는 모습을 통해 죄로 물든 인간들과 맺은 유대 관계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속죄와 고통의 길을 겪으실 분이며, 마침내 십자가 상에서 군인의 창에 찔려 옆구리에서 나오는 피와 물로 죄를 씻어 버리실 분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인류의 죄를 대표해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은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며 세례성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향한 희망찬 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가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우리가 구원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례는 그리스도인의 생명의 시작일뿐, 목적도 완성도 아니다. 완전한 세례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함께 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묻혀야만 부활의 영광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에서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는 것을 단순히 신자가 되는 통과의식이나 구원의 보증수표쯤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세례를 통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다짐하고 신앙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하며 일상생활 안에서 회개와 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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