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고 다원화된 현대문화는 교회 제도와 신앙생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문화의 세기라 일컬어지는 21세기에는 문화적 접근을 통한 다양한 새복음화.재복음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최근 필요성과 관심이 증폭되는 문화 복음화 현장을 찾아 모범사례를 발굴, 문화와 복음의 일치를 지향하는 더욱 효과적인 선교와 사목 방향을 제시한다.
도서대출·영화상영·컴퓨터교실 운영 등
지역 문화공간으로 개방
서울 은평구 신사동성당은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명소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평소에도 매주 수백명의 지역민들이 이곳 성당을 오갈 정도.
우선 7층 높이의 노란색 벽돌조에 요즘 보기드문 종탑을 갖춘 독특한 건축양식을 뽐내는 성당도 볼거리다. 사람들의 접근이 가장 쉬운 1층은 만남의 공간을 중심으로 로사리오 정원, 열린 도서실, 컴퓨터실 등의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신사동본당(주임=김태선 신부)은 이 공간들을 활용해 신자와 비신자들이 함께 이용하는 열린도서실, 컴퓨터교실, 구연동화와 종이접기교실, 영화상영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신사동본당만의 이색 사목회인 「열린문화사목위원회(열린사목위)」가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본당에서는 지난해부터 「주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린 문화 복음화에 적극 나서왔다. 「열린사목위원」으로는 한두명의 특정인이 아니라 주임사제부터 총회장을 비롯한 전 사목위원이 책임위원으로 각자의 영역과 관련한 기획, 실행 등의 역할분담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성당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열린 도서실이다. 최근 인기가 급증해 초기에는 한주에 평균 60~70권 정도 대출되던 것이 최근 300여권 이상 대출되고 있다.
소장도서는 5000여권을 정도로 전문도서실과 비교할 순 없지만 깨끗한 책들을 장르별로 채우고 있다. 또 신자들이 중복 기증한 책 수백권은 군부대에 보내기 위해 따로 모으고 있어 더욱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영화상영도 신사동본당의 이색 프로그램 중 하나. 성당 자체가 명소인 까닭에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 하나만으로도 홍보효과는 만점이다. 이제는 인근 주민과 학생들을 위주로 마니아들이 형성될 정도라고. 한달에 두 번씩 영화상영관으로 변신하는 대성당은 건축 당시부터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문 영상.음향시설을 갖췄다. 또 영화 상영에 앞서 제공하는 차는 무료, 다양한 종류의 식사는 일괄 1000원에 판매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형주(바르나바) 총회장은 『온가족이 미사참례 후 집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부담없이 성당에 모여 영화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은 배려』라며 『아울러 모든 문화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나선 봉사자들에 의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공소인 「새절터」 카페도 문화공간으로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카페에서는 앨범과 「글마당」 「문예살롱」 「종교신앙」 「삶의 여유」 코너 등을 마련하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 이야기와 생활나눔 등이 이어진다. 또 비신자 자녀들이 80% 이상 참여하고 있는 구연동화와 종이접기 교실은 모두 무료로 개방하며, 비정기적으로 각종 극단 초청 공연과 음악제 등을 열고 지역민들을 적극 초대하고 있다.
본당신자들은 열린사목위의 문화사목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활발히 이어지고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이제는 이웃 본당들에서 이들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는 정도가 됐다고 귀뜸한다.
김태선 신부는 『본당신설 후 6여년 동안 새성당 건축만으로도 무척 힘들었을텐데 지역민들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내어놓는 신자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나눔을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신자, 비신자들이 더욱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와 신앙이 접목된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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