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일 아닌 내 이웃의 아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월 4∼8일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에 본부직원 2명을 선발대로 파견했다. 이들은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남부 갈레교구 인근 피해지역과 보호소, 캠프 등을 방문, 1월중으로 예정돼 있는 「한마음한몸 의료구호팀」 파견에 따른 제반사항을 점검했다. 다음은 선발대로 파견된 본부 원조사업부 최은정(도미니카) 간사의 피해지역 답사기다.
구호팀 파견 전 상황 파악 위해
이제 12월 26일이 서남아시아 세계에서 공포의 날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2004년 12월 26일, 공교롭게도 2003년 12월 26일 이란 밤시 지진이 발생한지 꼭 1년만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원조사업부 담당자로서 현지로 구호팀을 파견하기 위한 베이스캠프 마련 및 제반사항을 타진하기 위해 지난 1월 4일 스리랑카 콜롬보로 날아갔다.
1월 5일 새벽 다섯 시 우리는 국제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alis), 프랑스 카리타스(Secours Catholique) 팀과 합류해 카리타스 스리랑카(SEDEC)의 안내에 따라 남부 피해지역인 갈레(Galle)로 향했다.
재난현장에 긴급구호팀을 파견해 지원하는 것은 본부로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감회는 정말 벅찼다. 그러나 그 마음도 순간이었다. 재해 현장을 목격하기 전에 내 시야에 잡힌 것은 까마귀 떼였다. 콜롬보 인근지역만 하더라도 동부나 북부에 비해 도로 접근도가 높고 물자조달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시신처리나 제반 상황이 많이 안정된 상태였지만 야생의 동물에게는 아직도 죽음의 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마치 전쟁터 사진을 보듯
철로는 정말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강 위를 지나는 철로는 흔적도 없었고 해변가로 늘어선 가옥들은 완전히 부서져있었다. 전쟁터를 찍은 사진에서나 봤던 모습이었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였지만 파도소리가 두렵게 느껴졌다.
돌무더기 안에서 젖먹이 아이를 안고 가족의 시신을 찾고 있던 한 부인은 우리를 안내해준 다미안 신부(카리타스 스리랑카 본부장)에게 시신을 꼭 찾아서 화장해달라고 간곡히 거듭거듭 부탁하며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머니 속의 돈을 전부 내어주고서야 우리는 걸음을 돌렸다.
나에게 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그리고 한국교회에 이번 강진 해일 재난은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아시아국가의 일이 아니다. 학교가 하루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형과 함께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는 열 세살 아로샤의 이야기고 우리를 위해 먼 길을 운전해 준 스무살 청년 시리마의 슬픔이다.
빵 다섯, 물고기 두마리의 기적을
긴박하게 돌아가던 긴급구호팀 사무실의 벽에 붙어있던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글이 생각난다.
「침묵의 열매는 기도입니다. 기도의 열매는 믿음입니다. 믿음의 열매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열매는 봉사입니다. 봉사의 열매는 평화입니다」
나의 손을 꼭 잡아주던 아로샤가 평화로운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나는 내 힘이 다했을 때 한 뼘만 더 나아가자고 할 것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이번 강진 해일 재난구호에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또 사랑이 봉사가 절실하다. 우리의 사랑이 충분하길, 그래서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이 이루어지길 믿는다. 믿음의 열매는 사랑이기 때문에….
※문의=(02)727-2264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원조사업부
※긴급구호 특별계좌=우리은행 454-005324-13-045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용인지역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표정
집도 가족도 모두 잃어…
달려가고 싶은 마음 간절
지난 1월 9일 오전,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의 스리랑카 노동자 8명이 경기도 용인시 마평동에 위치한 한국 CLC(그리스도생활공동체)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를 찾았다. 센터 관계자들과 인사를 하기 무섭게 이들이 찾은 것은 전화기.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든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우팔리(Upali.36)씨의 얼굴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식에 흙빛으로 변한다.
『가족들이 사는 집이 없어졌습니다. 아버지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사람 많아 퇴원했어요. 아버지 지금 못 움직입니다』
지진해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칼루타라 해변이 고향인 우팔리씨. 그는 아내 피요마(Piyoma.32)씨와 벤딩 기계 용접업체에서 일을 하며 스리랑카에 있는 가족 7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열심히 일해 고향의 가족들에게 행복을 안겨주자는 다짐을 하던 바로 그때, 갑자기 날아든 지진해일 소식은 부부를 절망에 빠뜨렸다.
결국 아내 피요마씨는 가족들 생각에 밤잠을 설치다 일주일전 고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부의 사연을 들은 용접업체 사장이 비행기표를 사준 것.
우팔리씨는 환자가 많아 병실에서 쫓겨난 아버지와 파도에 쓸려간 집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고향 소식을 들은 소이사(Soyza.크리스토퍼.38)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족들은 무사했지만 집이며 그물, 배 등을 모두 잃었다는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른다.
『소식을 듣고 제발 가족들의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어요』 그의 가족들은 현재 인근 성당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용인 지역에 거주하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는 100여명. 이들 대부분은 가족이 목숨을 잃었거나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된 상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에게 힘이 되지 못하고 일터에 묶여 있어야 하는 자신들의 상황이 한스럽기만 하다. 이들은 푼푼히 모은 월급을 1월 15일경 출국한 피요마씨에게 송금할 계획이다. 송금한 돈은 우선 자녀들의 학용품과 교복 구입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우팔리씨는 『스리랑카 아이들의 교복은 상하의 모두 흰색』이라며 『송금된 돈을 자녀들의 교복구입을 위해 쓰는 것은 흰색이라는 「희망」을 입혀주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또 『많은 한국인들이 고국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스리랑카 아이들에게 희망의 옷을 입히기 위해 계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문의=(031)339-9133 한국CLC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사진설명
▶최은정 간사(왼쪽에서 두번째)가 현지 구호를 위해 국제카리타스 관계자, 현지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인트 빈센트 어린이센터에 마련된 의료캠프에서 포르투갈 국제 의료구호단체가 이재민을 돌보고 있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100km 떨어진 세인트 빈센트 어린이센터에서 이재민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세인트 빈센트 어린이센터 수녀들이 배식하고 있다.
▶스리랑카 적십자에서 운영하고 있는 콜롬보 인근 난민캠프.
▶우팔리씨가 고국에 전화해 가족 안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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