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가족도 모두 잃어…
달려가고 싶은 마음 간절
지난 1월 9일 오전,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의 스리랑카 노동자 8명이 경기도 용인시 마평동에 위치한 한국 CLC(그리스도생활공동체)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를 찾았다. 센터 관계자들과 인사를 하기 무섭게 이들이 찾은 것은 전화기.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든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우팔리(Upali.36)씨의 얼굴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식에 흙빛으로 변한다.
『가족들이 사는 집이 없어졌습니다. 아버지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사람 많아 퇴원했어요. 아버지 지금 못 움직입니다』
지진해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칼루타라 해변이 고향인 우팔리씨. 그는 아내 피요마(Piyoma.32)씨와 벤딩 기계 용접업체에서 일을 하며 스리랑카에 있는 가족 7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열심히 일해 고향의 가족들에게 행복을 안겨주자는 다짐을 하던 바로 그때, 갑자기 날아든 지진해일 소식은 부부를 절망에 빠뜨렸다. 결국 아내 피요마씨는 가족들 생각에 밤잠을 설치다 일주일전 고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부의 사연을 들은 용접업체 사장이 비행기표를 사준 것.
우팔리씨는 환자가 많아 병실에서 쫓겨난 아버지와 파도에 쓸려간 집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고향 소식을 들은 소이사(Soyza.크리스토퍼.38)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족들은 무사했지만 집이며 그물, 배 등을 모두 잃었다는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른다.
『소식을 듣고 제발 가족들의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어요』 그의 가족들은 현재 인근 성당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용인 지역에 거주하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는 100여명. 이들 대부분은 가족이 목숨을 잃었거나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된 상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에게 힘이 되지 못하고 일터에 묶여 있어야 하는 자신들의 상황이 한스럽기만 하다. 이들은 푼푼히 모은 월급을 1월 15일경 출국한 피요마씨에게 송금할 계획이다. 송금한 돈은 우선 자녀들의 학용품과 교복 구입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우팔리씨는 『스리랑카 아이들의 교복은 상하의 모두 흰색』이라며 『송금된 돈을 자녀들의 교복구입을 위해 쓰는 것은 흰색이라는 「희망」을 입혀주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또 『많은 한국인들이 고국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스리랑카 아이들에게 희망의 옷을 입히기 위해 계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문의=(031)339-9133 한국CLC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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