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며칠만에 경질되었다. 지난 7년 동안 11명의 교육부 수장이 바뀐 셈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한데, 우리교육은 단명지계(短命之計)요 단절성(短折性)을 특징으로 하는 듯 보인다.
단명과 단절의 교육풍토는 불신의 교육문화를 낳았다. 2004년 연말 대입 수능 부정사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이미 빈사상태에 이른 대입 수능 제도와 교육정책을 더욱 불신하게 만들었고 이런 불신은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져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래가 불안한 우리교육을 떠나 해외로 유출되는 손실이 만만치 않다. 통계청의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장기출국자 30만 명중 20∼30대가 55%에 달했으며 유학이나 해외연수비로 해외에 지출하는 돈이 2조 2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20~30대의 한국탈출의 주된 이유는 교육문제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불신과 불안의 교육문화를 깨치고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1월 첫 주말에 학교교육 개혁을 위한 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새롭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교육에 대한 제도나 정책 변화 같은 거대담론은 뒤로 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와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이 제도권 학교에 있든 아니면 소위 대안학교에 있든 상관하지 않고,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의 영혼의 성장과 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교육현실의 부정적인 표현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에게서 한번도 「못하겠다」, 「안된다」 하는 말을 들지 못했다. 대신 「기쁩니다」, 「참으로 행복합니다」, 「힘들지만 우리는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같은 말을 아주 많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힘이 솟았다. 평소 가톨릭교회에서 설립한 학교들이 진짜 가톨릭다운 모습을 갖기 위해서는 「대안적」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다. 현재의 교육풍토에서 진정한 가톨릭정신에 입각한 교육을 한다면, 그것 자체로 대안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인간의 육체(머리)를 위한 지성교육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마음을 위한 인성(정신)교육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하며,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영혼을 위한 영성교육에 도달해야만 올바른 의미의 교육이 완성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의 통합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전인교육(全人敎育)을 표방하는 우리나라 교육에서 아쉬운 것은 지식과 정신적인 교훈을 많이 가르치면서도 인간 영혼의 측면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전통 안에서 볼 때, 교육은 영혼의 통교이다. 그리고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의 영혼의 성장과 자유를 위한 「영혼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이다. 교황 비오 12세께서 1954년 좋은 교사들에 대해 하신 말씀은 우리의 마음에 징소리처럼 울린다.
『좋은 교사들은 결국 단순히 가르치는 것(instruct)이 아니라 교육(educate)을 하는데 힘씁니다. 그들은 무엇보다 학생들과 직접 만남으로써 그 영혼들을 빚어내고 형성해 냅니다. 빈약한 정보의 전파자가 되지 말고 영혼의 아버지가 되십시오』
최준규 신부(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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