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어요. 소영이 어르신이 없어졌어요. 혹시 이리로 오지 않았나요?』
얼굴이 발개진 생활교사가 달려오며 외친다.
며칠전부터 고향에 가야 한다고 계속 되뇌이며 짐을 싸시길래 관찰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다른 곳에 갔다온 사이 안계시다는 거였다.
어르신 찾기 작전(?)을 위해 둘씩 짝지어 흩어지며, 성모병원 병동으로, 마을 슈퍼마켓 쪽으로, 수녀원 쪽으로….
『여기는 안보이는데요, 거기는요?』
한정된 공간인데도 얼마나 넓어보이고 막막하든지.
『그렇다면 어르신이 벌써 이 주변을 벗어났단 말인가? 경찰서에 연락을 해야 할까?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분이 어디까지 가셨나? 도대체 어디로?』
결국 수녀원 묘지앞에서 마포대 보따리를 끈으로 묶어 등에 지고 걸어가는 소영이 어르신을 찾았다. 안암으로 한쪽눈은 붕대를 감은채 천천히 걷고 있는 어르신께 안도감과 함께 천연덕스럽게 『어르신 어디 가세요?』 『김천간다. 60리니까 이렇게 걸어가면 해질 때면 도착 하겠지』 『어르신 그런데 힘드시지요? 천천이 걸어가면 너무 오래걸리니까 며칠 있다가 차타고 가십시다』. 그러자 힘이 드셨는지 쉽게 대답이 나온다. 『그러지뭐』
고향을 그리워하는 소영이 어르신께는 비탈진 길이 문제가 되지 않고, 길이 먼 것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이 어르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우리가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우리가 아무리 최상의 서비스로 모셔도 그분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드릴 수가 없다! 해결책이라면 당신 발로 고향땅을 밟고 그 그리움을 풀어놓는 방법 밖에 없는데 현실에서는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2년전에 원장님의 배려로 직원을 동반하고 고향을 한번 다녀오셨지만 지금은 그것도 잊은채 거기가면 배급 받고, 나무해서 팔아 연탄 사고 반찬 살 수 있다고…. 과거의 그 시점에 기억이 머물러 계시는 어르신의 그리움이 안타까울 뿐.
나는 24시간 보호가 필요한 치매?뇌졸중 어르신이 생활하는 노인전문요양원인 이 햇빛마을에서 사회복지 영역으로 소임을 받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던 생활시설의 실상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사랑의 언어를 배워간다.
말의 기억을 잃어가고 영적.육체적으로 어둠을 안고 있는 어르신들과의 대화는 환한 웃음과 사랑 어린 시선과 몸짓이 최고이다. 이것은 인간 존엄성을 키워내는 하느님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침묵속에서도 서로 통교가 되는 신비로움을 체험하면서 이 어르신들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오늘도 만난다.
또한 뜻있는 자원봉사자가 있어 얼마남지 않은 몇몇 어르신의 생애에 고향방문의 기회를 한번 더 드릴 수 있도록 해주십사고 하느님을 귀찮게 조르고 있는 중이다.
-김정숙 수녀 〈성모자애원 햇빛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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