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꼭잡고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친구야”
한국스카우트 가톨릭연맹 검은돌·사랑손 스카우트
솔뫼성지서 해미성지까지 서로 도와가며 도보순례
『천천히, 천천히. 손 이리 줘』
장애우.비장애우 1명씩 짝을 이뤄가며 한걸음 씩 떼는 아이들. 옆 친구가 뒤처지자 자신의 고사리 같은 손을 내어주는 모습에서 영하10도의 매서운 바람은 어느새 따뜻한 봄바람으로 모습을 바꾼다.
1월 20일 충남 당진군 솔뫼성지에서 출발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는 동계도보성지순례」. 기자가 찾아간 것은 순례 2일차, 고덕공소로 향하는 21일 오전이었다.
대한(大寒)을 지나 연일 계속되는 추위에 아이들의 귓볼은 빨갛게 물들었지만 마음을 맞잡고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에선 그 빨간 귓볼마저 따뜻하게 느껴진다.
한국스카우트 가톨릭연맹(연맹장=양장욱 신부) 소속 서울 지구연합회 흑석동본당 검은돌 스카우트(대장=배정진)와 명례방 지구연합회 사랑손 스카우트(대장=이현숙)가 함께하는 이번 성지순례는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 고덕공소, 덕산성당을 거쳐 해미성지에 이르는 총구간 45km의 대장정이다.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검은돌 스카우트는 정신지체 1, 2급 장애우들의 공동체 사랑손 스카우트와 함께 성지순례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참여를 통한 사회적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순례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61명. 어린나이로는 걷기 힘든 거리지만 이틀째 낙오자는 한 명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 뿐, 이제는 상쾌함 마저 느낄 정도가 됐다.
휴식시간. 찬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논바닥에 앉아 건빵과 따뜻한 코코아로 몸을 녹인다. 춥다며 서로의 손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주고 껴안아 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미 장애우.비장애우의 구분은 사라진지 오래다.
『앞으로 얼마를 가야 할 지 모르겠지만 장애우들과 함께 걸으니까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이 돼서 좋아요』(김형택.다니엘.14).
『이런거 처음이라 힘들어요. 근데 친구들이랑 손잡고 같이 가니까 덜 힘들어요』(나혜진.안젤라.11).
배대장은 『행사를 계획하기전에 걱정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새 모두 하나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다시 시작된 행군. 검은돌 스카우트 대원들은 조금씩 지쳐가는 장애우들을 위해 뒤처지지 않도록 행렬의 가운데에 배치시키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다.
목적지인 고덕공소가 가까워 올 무렵. 처음과는 달리 아이들의 걸음에서 무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20일부터 나흘간 계획된 일정이지만 사랑손 장애우들이 체력문제로 인해 이번 행군을 마치고 떠나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악수로 달래며 장애우들을 보내는 검은돌 스카우트 아이들의 눈망울이 어느새 촉촉해진다.
한 장애우가 떠나는 버스에 올라타며 『내년에 또 하자』고 하자 아이들이 한마음으로 외친다. 『내년에는 너희가 우리 이끌어야돼!』
기사입력일 : 200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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