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조주일 특집 /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구걸하는 아이들, 곳곳에 쓰레기, 쓰러져 있는 이들…
‘하느님 축복은 어디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 카리타스, 위원장=유흥식 주교)는 지난 2003년, 방글라데시를 집중지원지역으로 정하고 2004년부터 3년간 연간 해외 원조금액의 약 10%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 카리타스를 거치지 않고 현지 카리타스를 통해 직접 지원한 것은 공식적인 해외원조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위원회는 지난 1월 17일부터 22일까지 4박5일간 황용연 신부(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을 방글라데시로 파견했다. 방문단은 방글라데시 카리타스가 주관하고 있는 「빈곤 여성과 자녀들을 위한 주택건설사업」과 「장애인 복지 센터 건립 및 장애인복지 관련 교육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현지 교회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 카리타스를 중심으로 교회간 협력을 보다 긴밀히 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방문에 동행해 세계 최빈국(最貧國)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오늘, 그리고 한국교회의 지원으로 새 삶을 찾은 가난한 이들의 희망찬 내일을 보도한다.
【방글라데시 다카=이승환 기자】 인구밀도 세계 1위, 세계 최악의 영유아 영양 부족국가, 매년 홍수로 전 국토의 반 이상이 물에 잠기는 나라. 방글라데시를 소개하는 말들이다.
하느님의 축복은 기대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버림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시 「지아 국제공항」에 내렸다.
공항 입국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울타리에는 걸인들이 손을 내밀며 구걸하고 있었고, 뒤엉킨 차량들이 내는 경적소리도 요란했다. 스모그(smog)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Dhaka)의 풍경은 한 나라의 수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초라했다. 차에 다가와 구걸하는 깡마른 아이와 엄마, 갓길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들, 거리 곳곳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 자동차 사이로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과 릭샤(3륜 자전거를 개조한 대중교통수단)의 행렬.
수도 다카의 풍경은 방글라데시가 앓고 있는 아픔, 그리고 그 아픔을 감내하며 어렵게 삶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인구 1억 3천만명의 방글라데시는 인구의 87%가 이슬람교를 신앙으로 가진 모슬렘국가다.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0.3%인 30여만 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주교회의(CBCB) 사회기구인 「방글라데시 카리타스」는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활발한 사회복지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난구호 및 개발책임 담당자인 베네딕도 알로 로자리오 박사는 1월 18일 오전 열린 한국 방문단과의 회의에서 『규모 면에서는 국내 3∼4위의 NGO 단체이지만 종합적인 원조기구로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원주민과 소수종교 신자, 장애인 등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100여개 지역사무소를 두고 40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카리타스는 「장애인 복지」, 「교육」, 「낙후지역 개발」 등 총 28개 사업을 향후 10년간 전개하고 있다. 사업은 잦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국내 각 지역 내에 사회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아직까지 정부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과 빈곤층을 돕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교회는 「빈곤 여성과 자녀들을 위한 주택건설」과 「장애인 복지 센터 건립 및 장애인복지 관련 교육」 등 두 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카리타스는 빈곤여성과 자녀들이 약 1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편이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했거나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성과 자녀들은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움막과 같은 집에서 살며 막노동과 구걸로 생계를 연명하는 형편이다.
방글라데시 카리타스는 지난 일년 간 다카 외곽 칼리간지 등 4개 지역에 350채의 집을 지어 제공했으며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350채씩의 집을 지을 예정이다. 「장애인 복지 센터 건립 및 장애인복지 관련 교육」에 대한 한국교회의 원조는 서구(西歐) 선진국의 사회복지사업 원조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작돼 의미가 있다.
정신지체,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은 약 1천만 명. 열악한 도로여건 때문에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많지만 이렇다할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카리타스는 장애인 전담 상담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으며, 재활과 장애치료를 위한 전문시설도 설립할 계획이다.
방문단은 1월 18일 오후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150km 떨어진 마이멘싱 지역으로 향했다. 한국교회가 지원한 두가지 사업의 현지 답사를 위해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흡사 한국의 농촌과 닮았다.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똑같다.
하지만 신발이 없어 맨발로 걸어다니는 아이들과 걸인들의 모습은 다카에서 본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서너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벽돌 공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모습도 보였다. 고사리 손으로 힘겹게 벽돌을 옮기고 쓸모 없는 벽돌을 망치로 깨는 광경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가 새지 않는 지붕을 가진 아담한 집이고 학교에 들고 갈 수 있는 책가방이며 저녁나절을 보내며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엄마와 아빠다. 소박한 희망을 만들어 가는 일에 이제 한국교회가 나서고 있다.
■“나라 밖 가난한 이들 도와주세요”
1만원이면 한달 점심 값
해외원조 봉헌 금액 1인당 250원 불과
한국교회는 2004년부터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원조주일」로 정하고 나라 밖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에 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동참해 줄 것을 청하고 있습니다.
해외원조주일에 모인 헌금은 집중지원지역인 방글라데시를 비롯, 자연재해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세계 각국을 위해 쓰여지고 있습니다.
남편 없이 생계를 꾸려나가는 방글라데시 여성이 아스팔트 포장작업으로 버는 일당은 1000원입니다. 1만원이면 방글라데시 교회가 운영하는 초등학교 학생 한 명의 한달 점심 값이 되며 5만원이면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한달 월급이 됩니다. 하루 1000원 때문에 죽어 가는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 신자들이 해외원조를 위해 봉헌하는 금액은 한해 동안 신자 1인당 250원에 불과한 형편입니다.
해외원조활동에 대한 신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문의=(02)2279-9204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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