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준비하는 ‘정화·보속의 시기’
참회·보속 상징하는 자색제의 착용
단식·극기로 ‘주님 고통’ 동참해야
교회 전례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점을 이루는 시기는 부활대축일이다. 교회는 이 부활대축일을 특별히 잘 준비하기 위해 부활대축일 전 40일 동안 정화와 보속의 시기를 지내는데, 이를 사순절이라 부른다.
「사순(四旬)」이란 말 뜻은 열흘씩 4번, 즉 40일을 의미한다. 이처럼 부활축일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40일을 정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구원의 대사업을 이룩하시기 위해 공생활 전 40일간을 단식과 기도로써 준비하셨던 것을 기념하고 본받기 위해서다. 따라서 사순절은 회개와 보속, 극기와 단식, 봉사와 기도로 신앙생활을 쇄신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함으로써 부활축일을 준비하고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거룩한 시기이다.
사순절 동안의 교회 전례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장엄하다.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수요일에는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 19)는 말과 함께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행한다. 이는 사람의 육신도 언젠가 한줌의 재가 될 것임을 상기시켜 참회와 회개를 촉구하는 것이다. 교회는 이 회개의 징표로 적어도 1년에 한 번 부활 전에 고해성사를 받도록 교회법에 명하고 있다. 이를 부활판공성사라고 한다.
재의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만찬 저녁미사 때까지 교회는 기쁨과 찬미의 환호인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을 노래하지 않으며 사제는 참회와 보속을 상징하는 자색제의를 입게 된다.
사순 1주부터 5주가 지나고 성주간이 시작되는 제6주일을 「주님 수난 성지주일」이라 한다. 성지주일은 예수님께서 파스카의 신비를 완성하시려 예수살렘에 입성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개선을 예고하고, 수난을 선포하는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이후 성목요일에는 오전에 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고 사제들은 서품때의 약속을 갱신하는 예식을 행한다. 또 성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미사」를 기점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정점을 이루는 성삼일 예식이 시작된다. 「주님 만찬미사」 때에는 성체성사와 성품성사의 제정을 의미하는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고 발씻김 예식을 행한다. 만찬 미사 후 사제는 성체를 수난감실로 옮기고 신자들은 밤을 새며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한다.
성금요일은 오랜 전통에 따라 단식재를 지키고 미사 없이 그리스도의 수난기를 봉독하는 말씀의 전례만 거행된다. 이후 성금요일 저녁부터 부활성야까지는 예수님의 죽음을 기리며 어떤 예식도 거행하지 않는다.
올해는 2월 9일 재의수요일을 기점으로 사순시기가 시작된다. 사순절을 지내는 우리 신자들은 우선 자신의 안락함을 버리고 단식과 금육을 요구하는 교회의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또한 깊은 자기성찰과 회개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속죄행위로써 가난한 이웃에게 자선과 사랑을 베푸는 여유로움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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