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것이 ‘희망’입니다”
【방글라데시 마이멘싱, 칼리간지=이승환 기자】
1월 18일 저녁.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150여km 떨어진 도시 마이멘싱에 있는 방글라데시 카리타스 마이멘싱지역 센터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마이멘싱 교구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 카리타스) 방문단이 함께 한 「장애인 복지 세미나」다.
세미나에 함께 한 정신.신체지체 장애인 100여명은 방글라데시 카리타스의 「장애인 복지 센터 건립 및 장애인복지 관련 교육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문화행사를 통해 재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인복지사업에 대한 한국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집중 지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방글라데시 장애인복지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5개월간의 장애인 전문상담사 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이번 세미나 진행을 맡게 된 로드리게스(Binoy Luke Rodrigues.33)씨는 『한국교회가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대하고 그들의 재활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집’이라는 희망 심어
1월 20일 오전 다카 외곽 칼리간지 지역의 한 마을.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나비론(Nabiron.40)씨는 새 집을 지어 준 한국 방문단과 방글라데시 카리타스 관계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비론씨의 가정에 희망은 없었다. 남편은 간암으로 6년 전 세상을 떠났고 두 아들 중 장남은 신체장애로 오래 서 있기도 힘든 상황. 나비론씨가 정부의 아스팔트 공사 일용잡부로 일하며 버는 하루일당 50다카(한화 약 900원)가 가족의 생활비 전부였다.
새 집은 나비론씨 가정에 희망을 준 훌륭한 보금자리다. 방글라데시 카리타스 홍보담당 아잠(Shariful Azam)씨는 『이곳 사람들에게 집은 물리적 공간이라는 단순한 의미뿐 아니라 가족공동체가 생활하며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삶의 의욕을 다지는 장소』라며 『자신의 집이라는 「ownership」(소유권)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차로 10여분 떨어진 다른 마을. 디히루(Dhiru)-하림(Halime) 부부에게도 새 집이 생겼다. 시각 장애인인 남편 디히루씨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그 동안 구걸로 생계를 연명해나갔다. 그동안 디히루씨는 집을 지을 땅도 없어 사촌형의 집 창고에서 살았다.
황용연 신부(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의 손을 꼭 잡은 디히루씨는 『앞으로 2년 안에 걸인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꼭 찾아보겠다』며 『일면식도 없는 우리를 위해 도움을 주신 한국의 신자들에게 뭐라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지원으로 방글라데시 카리타스는 2004년 한해 동안 총 350여채의 집을 지어 빈민층에 제공했다. 시멘트 기둥을 골조로 지어진 집은 양철판으로 지붕을 얹어 비가 새지 않도록 했다. 평지에 흙을 더 쌓아 높은 지대에 자리해 홍수에 대비하도록 했다.
내년까지 집 700여채 지을 계획
방글라데시 카리타스는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350채씩 700여채의 집을 지어 제공할 예정이며 이 사업은 모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2004년 한해 동안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집중지원사업은 큰 성과를 거뒀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박하지만 값진 보금자리를, 장애인들에게는 정상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비단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아니다.
350여채의 집을 제공받은 수혜자 중 50% 이상은 이슬람 신자다. 종교를 떠나 가난한 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도움을 주고 있는 양국 카리타스의 지원사업은 큰 의미를 갖는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경제적인 지원과 방글라데시 카리타스의 숙련된 경험과 사업수행능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것도 의미가 깊다. 방글라데시 카리타스는 30여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 원조사업에 있어 전문적인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방문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잘 드러내주었다는 것이 위원회 방문단의 평가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지원이 더욱 많이 이뤄지고 방글라데시 카리타스와 중장기적인 협력이 계속된다면 보다 더 많은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난한 이 위한 우선적 선택을
가톨릭 신자들이 밀집해 있는 북부 마이멘싱 지역에 대한 한국교회 또는 각 교구 차원의 협력과 지원이 이뤄진다면 방글라데시 교회가 뿌리를 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도 이번 집중지원사업을 통해 드러난 점이다.
이번 사업이 장인남 대주교의 주 방글라데시 교황대사 부임,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문제 등 양국 간 관계가 보다 긴밀해지고 있는 시기에 이뤄진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화 33만원에 불과한 집 한 채는 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으며, 한국교회 신자들의 작은 도움이 방글라데시에서는 너무나 값진 열매로 맺어지고 있음을 4박 5일 방문기간 내내 체험할 수 있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그리고 사랑의 세계화를 위한 발걸음이 더욱 잦아질 수 있도록 방글라데시 교회를 돕기 위한 한국교회 신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필요할 때다.
※후원문의=(02)2279-9204, www.caritas.or.kr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 카리타스)
■주교회의 사무총장 고메스 주교
"아시아교회 발전에 한국교회 역할 커"
『한국교회는 아시아교회의 구심점입니다. 자연재해와 가난, 종교적인 탄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 각국의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글라데시 주교회의(CBCB) 사무총장 고메스(Theotonius Gomes) 주교는 1월 21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방글라데시 방문단과의 환담에서 아시아 교회 발전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해 8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제8차 정기총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고메스 주교는 『한국교회의 발전상, 그리고 신자들의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특히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인 꽃동네 방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메스 주교는 『방글라데시 교회는 장애인과 원주민 등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이번 장애인 복지사업 지원은 우리 교회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메스 주교는 양국 카리타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집중지원사업과 더불어 한국교회의 각 교구가 방글라데시 교회와 협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청했다.
고메스 주교는 『가톨릭 신자들이 밀집해 있는 북서부의 경우 본당 한 곳이 반경 60∼70km를 관할구역으로 두고 있을 정도로 본당이나 공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소수종교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교회 신자들을 위해 한국교회의 각 교구가 지원해 줄 것』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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