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야, 우리집에 뭐 얻어 쳐 먹을려고 왔노!』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00 어르신의 거룩한 하루(?) 인사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너무 감당이 안되어 어르신과 눈이 마주치면 또 욕먹을까봐 아예 외면하며 지나치기도 했던 날들을 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면 깍듯한 경어에 인정스럽게 『밥 좀 잡수소』라는 인정미도 있는 이 어르신.
처음 입소할 때 그분을 두고 「귀신같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과격, 난폭, 폭언, 고함소리! 침 뱉고 때리고 할퀴고, 밥그릇 내던지고….
기력이 쇠하신 노인전문요양원에서의 풍경이라고는 상상이 되질 않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더욱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것은 어르신 곁을 지나가면 눈에 보이는대로 시비걸면서, 특히 독기어린 눈으로 성적인 욕을 고래고래 고함치며 하는 경우가 허다 한것.
기구한-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와 살면서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은 본부인에게, 남편은 다음 후처에게 빼앗긴-한생을 살면서 움츠리고 엉긴 분노의 사슬에 꽁꽁 묶여 몸도 마음도 마비되고 손가락은 오그라들었고 몸은 웅크린 채 굳어진 모습의 00어르신!
그 얼음같은 아니 철책으로 둘러싸인 마음을 비집고 들어선 것은 사랑이었다. 처음에는 동정, 다음에는 직업윤리와 신분때문에, 그다음에는 사랑으로!
그러면서 화약고 같이 막무가내인 이 어르신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 정서적으로 안정되었을 때 보여주는 잦아드는 목소리의 강한 모성애와 정스러움이 그것이다.
어르신이 사랑받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열어갈때쯤, 때때로 약을 올려 오그라든 손을 움직이게 하는 생활교사들의 지혜가 재활의 기초을 놓기 시작했다. 서서히 입을 열어 노래도 하고, 장단에 맞추어 손가락 춤도 추면서 때론 휠체어에 앉아서 엉덩이춤을 추는 어르신이 되어갔다. 칭찬의 말에는 웃음을 보이고 배뇨관리도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정서적인 재활에 이어 지금 이 어르신은 신체적 재활을 시작하여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도 욕쟁이라는 딱지는 떼지 못했지만….
누가 노인은 재활이 불가능 하다고 하는가? 며칠전에도 한 어르신이 드디어 워커(보행기)로 홀을 거닐게 되었을때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박00 어르신. 평소에 거의 말이 없던 이 어르신이 하는 말에 가슴이 뭉클!
『나도 저 사람처럼 좀 걷게 해주소…』
죄와 이기심으로 움츠리고 마비된 영혼! 권력과 황금의 노예로 자신의 생명을 소모시키고 있는 사람들! 성공과 찬사의 그림자에 가려 무력감으로 좌절하며 스스로를 단죄하는 벽안에 갇힌 인간! 이런 인간을 일깨워 재활시키는 하느님의 사랑과 인내를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각자의 성향에 맞게, 때론 자존심을 건드리고, 때론 고통과 시련으로, 아니면 격려와 달램으로, 사랑으로….
『하느님! 저희도 새롭게 일어나 걷고 싶습니다』
-김정숙 수녀 〈포항 성모자애원 햇빛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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