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에요”
남편은 10년째 파킨슨씨병 아들은 간질
자신은 척추수술에 인공관절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생계보조비 50만원이 전부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찾은 윤옥순(안젤라.57.수원교구 성남 상대원본당)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병색이 완연한 윤씨가 힘겹게 계단을 올라 문을 연다.
양 무릎에는 인공관절을 넣었고 이제는 척추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윤씨는 거동이 불편해 계단 하나를 오르는 것도 힘겹다. 윤씨를 따라 내려간 집안은 윤씨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기에 충분했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집에는 세간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집안은 습기 때문인지 역한 냄새가 가득하다.
방에는 윤씨의 남편 강영현(프란치스코.66)씨가 머리를 붕대로 싼 채 누워 있다. 강씨는 10년째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강씨는 하루종일 방에서 지낸다. 하지만 가족의 고통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맞은 편 방에는 윤씨의 아들 영삼씨가 잠들어 있다. 간질을 앓고 있는 최씨는 언제 발작을 일으킬 지 모르는 상태다.
『하느님은 유독 우리 가족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시는 지 모르겠어요. 정말 죽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윤씨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고통에 허리를 감싸쥐며 눈시울을 붉힌다.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생계보조비 50만원이 윤씨 가족의 생활비. 하지만 이것도 부부의 약값과 병원비에 모두 쓰인다. 2천여 만원에 달하는 아들의 간질 치료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파킨슨씨병을 앓는 강씨도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윤씨 가족의 희망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경수(프란치스코.19)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할 수 있었지만 경수는 대학을 택했다. 대졸로 취업해야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가족들이 병을 치료하는 데 더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푼이라도 아낀다며 자기 또래 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핸드폰도 장만하지 않은 경수는 이날도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집을 나섰다.
『방안에 앉아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네요. 많은 것 바라지 않아요. 그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이라도 한번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남편은 묵주를, 아내는 기도서를 펴고 기도를 시작한다. 손때 묻은 기도서를 쥔 부부의 손이 유난히 거칠게 느껴진다.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81 (주)가톨릭신문사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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