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특집/(1) - 한국사회와 교회의 고령화…
노인사목 중심은 ‘본당’
전통적 가치인‘공경·부양’ 퇴색
‘비생산적 계층’ 인식 버려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5년 사순시기 담화를 통해 사회와 교회 안에서 노인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더 깊이 인식해 노인들에게 언제나 따뜻한 환대의 마음을 지닐 것을 당부했다. 사회의 가장 큰 소외 계층으로 되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목적 배려가 올해 사순시기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를 바라며,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교회의 노인사목 문제를 총체적으로 짚어본다.
이미 고령화 사회
한국 사회가 1999년말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2%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이미 접어든데 이어, 2018년에는 노인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 사회」(Aged society), 그리고 2026년이면 총인구 중 노인인구가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이 지난 1월 19일 발표한 이같은 전망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 사회, 노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현안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것이다. 특히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247개 시군구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 조사에서 이미 30개군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른바 「노령화 지수」, 즉 65세 이상 노인인구를 14세까지의 유년 인구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는 올해 43.3%로 추정되나, 2010년이면 62%, 2020년이면 1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령화 지수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노인인구가 유년인구보다 많아진다는 것으로, 올해는 노인인구가 유년인구 100명당 43명이지만, 2020년에는 유년인구 100명당 109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2030년에는 이 수치가 무려 186.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대책 긴요
고령화 자체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그 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노인복지 문제가 가장 크게 두드러진다. 지난 2002년 통계청 조사에서 65세 이상 가구주의 49%가 전혀 노후 준비가 없다고 답했으며, 지난해 조사에서는 59%가 자신을 「하층」이라고 답해 노인가구의 열악한 복지 상황을 드러냈다. 지난해말 65세 이상 인구 중 공적 연금을 받는 비율은 불과 11.5%에 그쳤다.
이같은 열악한 복지 상황에 더해 노인공경과 부양에 대한 전통적 가치의 퇴색이라는 요인은 노인 인구의 삶의 질 차원에서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예컨대,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에 사는 노인 6명 중 1명이 「독거노인」이고 독거노인 10명 중 3명이 치매 등 질병으로 신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거동도 힘든 80세 이상의 독거노인이 무려 5명 중 1명꼴이다. 자살은 노인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는 지표이다. 지난해 우리 나라 사람의 사망 원인 중 5위가 자살인데, 지난 5년 동안 전 연령의 자살 인구가 54% 증가한 반면 60세 이상의 자살은 121%나 증가함으로써 우리나라 노인들이 삶의 극한 상황에 얼마나 절박하게 직면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이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생산활동 참여인구의 감소를 의미하며, 비생산활동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은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인복지와 보건, 의료 등에 대한 투자는 거의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노인복지 사업은 「재가노인복지사업」이다. 1987년에 시작돼, 1992년부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2003년말 현재 재가노인복지시설은 228개에 불과하고 1만 538명인 가정봉사원 중 유급은 불과 7.2%이고 92.8%는 시간이 날 때 보조역할을 하는데 그친다. 결국 노인 문제는 사회의 어느 한 주체에만 맡겨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 전 구성원이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노인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가되는 교회 고령화
그러면 교회는 이러한 고령사회의 여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교회는 일반 사회보다도 더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고령화 현상 자체가 교회 안에서 더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상에 더해, 교회 안에서는 젊은 층 신자들이 물빠지듯이 빠져나감으로써 고령화 현상이 배가되고 있다.
2003년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년에 대비해 60대가 36.7%로 폭발적 증가율을 보였고, 50대가 22.9%, 70세 이상이 16%를 나타냈다. 40대가 3.2% 증가를 기록했을 뿐 40세 이하의 연령대는 예외 없이 감소율을 보였다. 다시 말해, 사회 전반의 고령화에 더해 고령층 신자 증가, 저 연령층 신자 감소라는 인위적인 요인이 교회 안의 고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목 강화 시급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교회의 노인사목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지금까지 미온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여러 교구와 본당, 기관들을 중심으로 노인사목의 강화에 대한 의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회의 노인 문제에 대한 대처는 주로 노인대학, 복지관 운영, 무료 급식소 및 무료 양로원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이러한 민간 차원의 활동들이 미흡한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을 보완해왔으나 그 혜택은 아직도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시설 확충으로 급속하게 증가하는 노인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는 면에서 재가 복지 서비스를 확충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드시 강조돼야 할 부분이 교구내 각 본당과 지구 차원의 노인사목 강화이다. 가톨릭교회가 가장 큰 강점으로 지닌 본당 조직들을 제외하고서는 노인 문제에 대한 대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본당에서는 본당 시설들을 노인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용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의 가능성도 열려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인」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다. 노인이라는 연령층이 다만 비생산적인 계층이라는, 사회적으로 효용가치가 없는 계층이라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연륜에 바탕을 둔 삶의 지혜와 통찰력은 막대한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이 자기 나름의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회 안에서는 노인들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사목의 대상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노인들 자체가 사목의 주체로 활용될 수 있는 다각적인 프로그램들이 계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인터뷰 / 서울 사회사목부 노인복지위 초대위원장 최성균 신부
“노인선교복지센터 건립해야”
『한 해 3000여명 이상의 노인이 자살한다는 통계에서 볼 수 있듯 고령사회로 치닫는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는 심각합니다』
2월 15일부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노인복지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성균 신부(서울 종로본당 주임)는 『노인문제는 단순히 노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전체가 안고 있는 어려움』이라며 『노인사목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실천이 교회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신부는 『노인복지위원회가 사회사목부 산하에 설립돼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노인사목 특히 빈곤층과 중산층 노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교회의 활동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신부는 이미 본당주임으로 사목하고 있는 종로본당에서 체계적인 노인사목을 시범적으로 전개한 바 있다. 종로본당은 하루 3000여명 이상의 노인들이 찾는 종묘공원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노인사목과 복지서비스 제공에 적합하다.
본당은 매주 토요일 노인들을 위한 특전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노인교리를 적용한 예비신자 교리도 열고 있다. 아울러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매월 생활비 5만원과 주?부식, 의류 등을 지원하고 있는 1인 결연사업도 펼치고 있다.
최신부는 노인복지위원회에서 전개할 가장 중요한 활동목표로 종로본당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 발전시켜 「노인선교복지센터」를 설립하는 것으로 꼽았다.
최신부는 『미사와 예비신자교리, 성지순례 등 선교활동과 무료급식, 생활지원, 의료서비스, 선종서비스 등 복지활동 시스템을 구축한 센터가 우선적으로 설립돼야 한다』며 『종로본당에서의 사례를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인 복지 프로그램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신부는 『노인사목은 복지의 징검다리를 통해 많은 버림받은 영혼들을 천국으로 보내는 뜻 깊은 일』이라며 『노인문제는 가까운 미래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위한 일에 많은 신자들이 힘을 실어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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