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농아지만, 농아위한 사제의 길 택했어요"
정순오 신부는 후견인, 김자문 신부는 성소 지도
같은 처지의 농아들을 위해 사제의 길을 걷고자 10여년 넘게 노력해온 한 농아의 성소, 곁에서 이를 묵묵히 격려하고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 준 후견 사제의 미담 그리고 이들의 지렛대가 돼 준 교구 성소국의 지속적인 관심이 국내 첫 농아 성직자의 탄생 가능성을 기대케 하고 있다.
새달부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원에서 생활하며 성직 과정을 준비하게된 박민서(베네딕도?서울 번동본당?36)씨와 정순오 신부(서울 번동본당 주임), 김자문 신부(서울 성소국장)가 그 미담의 주인공들.
그간 서울대교구 신학생으로 성소국 지도를 받아온 박씨는 최근 교구 주교평의회와 사제평의회 발표를 통해 신학원에서 부제 수품 등을 위한 일련의 기간을 갖게 됐다.
이러한 교구 결정은 장애인 사제가 되기 어려운 한국 현실을 딛고 미국에 유학, 세계 유일의 농아 종합대학인 미국 갈로뎃(Gallaudet)대학과 뉴욕 성 요한 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 철학 과정을 공부하는 등 10년 넘게 각고의 정성과 노력을 보인 박씨의 성소가 빛을 보게 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 사목을 겨냥한, 보다 열린 교회를 구현코자 하는 의지가 구체화 된 것이라는 면에서 한층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박민서씨와 정순오 신부 김자문 신부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와 정신부는 그보다 앞선 1985년경 세종로본당 농아 주일학교에서 주일학교생과 신학생으로 만남을 가진 터였다. 만 3세때 약물쇼크로 청력을 잃은 박씨는 농아학교를 다니며 미술을 익혔고 이때 가톨릭 신자였던 학원 원장의 소개로 농아 주일학교를 다니게 됐던 것. 이후 농아선교회 활동 등을 하며 성소의 꿈을 가지게 된 박씨는 정신부와 계속적인 성소 상담을 해오던 중 미국 농아사제 톰 콜린 신부의 조언으로 미국 유학의 길을 찾았다.
유학에 앞서 성소국장 김자문 신부를 찾았던 이들은 예비 신학생 신분으로 사제 성소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정신부는 영적인 아버지 후견인으로, 또 김신부는 성소 지도 신부로 꼬박 꼬박 보내오는 편지 메일 등을 통해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씨는 1999년 1월 9일자로 서울대교구 소속 신학생으로 받아 들여졌고 농아 대상 신문인 미국 데일리 뉴스(Daily News)는 「농아에게 이어진 한국인의 성소」란 제목으로 박씨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독서직을 받은 박씨는 앞으로 시종직과 부제수품 등을 받을 예정이나 사제품을 받기 까지는 논의 과정과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교구 입장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농아 사제는 18명이며 아시아에서는 전무한 실정.
성소국장 김자문 신부는 『무엇보다 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적 관점에서 농아 성직자 배출의 길을 열어준 교구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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