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특집/'한국교회의 노인사목 현황과 과제'(2)
전문 요양시설 확충 서둘러야
재가노인 복지사업 활성화도 긴요
일회성 지원 탈피 지속성 갖춰야
본당-복지관 연계 전문 능력 극대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복지대책 마련을 위한 사회 전체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교회는 특히 고령화의 파고를 직접적으로 맞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구와 본당차원에서 노인복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노인복지 활동 중에서도 사회의 관심 밖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의 노인들에 대한 역할은 교회의 기본적인 사명에 비춰 대단히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독거노인과 치매노인들이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독거노인, 치매노인 문제의 현황과 이들을 위한 교회차원의 대책을 모색해본다.
지난 설 연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전국이 들 떠 있을 때 독거노인들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2월 10일에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혼자 살던 김모(65)씨가 방안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오랜 기간 자녀들과 연락이 끊긴 채 생활하며 지병을 앓아왔고 최근 음주가 심해지면서 건강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16일에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쪽방촌 박모씨(83)의 방에서 박씨가 숨져있는 것을 쪽방 관리인 김모씨가 발견했다. 평생을 혼자 살아온 박씨는 9년째 심부전증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아왔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수는 2000년 54만2000여명에서 2003년 64만3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기초생활 수급자는 21만 여명, 생활이 힘든 저소득 독거노인도 2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독거노인들은 사회적 관심이 적어 화재 등 응급상황 때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또 외로움과 지병 등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독거노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나 생활고를 겪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결연과 가정봉사원 파견, 도시락 보내기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회 또한 노인종합복지관과 본당 빈첸시오회 등 봉사단체를 중심으로 관할 지역 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을 돕는 활동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활동은 단순히 음식을 전달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 단편적인 물리적 도움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부족한 예산 지원, 인력부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치매노인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치매노인 환자 수는 34만6000명. 1990년 17만명에서 2배 이상 늘었다. 2010년엔 45만6000명, 2020년에는 69만 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매노인의 경우는 당사자를 부양하는 가족들에게도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부양가족들은 치매노인을 1일 10시간 이상 보호하고 있다. 부양가족들은 사회적 서비스가 전무한 상황에서 부양을 전담함으로써 치매노인?주부양자와의 관계와 가족 상호관계의 부정적 변화, 심리?경제적 부담, 그리고 건강악화의 부담까지 동시에 안고 있다.
치매는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언행과 건강상태를 보이며 부양가족과 이웃에 많은 부담과 긴장을 조성하는 사회적 질병으로 예전에 없던 심각한 가정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을 깊이 내포하고 있으며 심각한 가족해체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부양이 어려워 치매노인들을 전문적으로 보살펴 줄 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의 치매요양시설은 537개, 병상 수는 4만개가 채 안 된다. 치매노인을 돌보기 위한 의료비와 생활비가 일반가정 평균 월 소득을 훨씬 넘어서고 한 명의 치매환자로 인해 환자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눈에 띄는 사회적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노인복지, 특히 독거노인과 치매노인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으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이는 노인사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교회에서도 실천 가능한 것들이다.
첫 번째로 노인전문요양시설의 확충을 들 수 있다. 현재 들어선 요양시설 대부분은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노인들만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이용료가 비싸다. 값비싼 민간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세워진 공공요양시설의 경우도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설립된 서울 사회사목부 노인복지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그룹 홈 형식의 소규모 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추후에는 교구 차원의 대규모 노인요양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인문제에 대한 관?예산 확충 등 요양시설을 늘리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보다 더 많은 노인들이 노년을 보다 질 높게 보낼 수 있는 시설의 확충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독거노인 뿐 아니라 치매노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는 재가노인복지사업의 활성화다.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은 주로 재가노인복지 쪽에 치중돼 있다. 하지만 사업 자체가 대도시에 편중돼 있고 전문성을 갖춘 봉사자가 없으며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교회도 마찬가지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정기적인 방문봉사를 나가는 본당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문제는 이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돌봄이 진행되느냐 하는 것이다.
시립성동노인종합복지관 김광수(베드로) 복지과장은 『본당 공동체에서 독거노인들을 돕는데 적극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대부분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전문적인 노인복지 대책이 필요한 만큼 복지관이 갖고 있는 전문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본당과 복지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복지 관련 교회단체가 계속해 늘고 있어 노인복지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본당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노인사목을 펼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시립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의 치매관련 주요사업
‘치매케어연구소’ 설립 등 다양
주간 보호소 운영…가족 고충상담도
도우미 79명 양성, 가정에 파견
치매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온적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치매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파악하고 이에 관한 주요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 곳이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서울특별시립 성동노인종합복지관(관장=허근 신부)은 4년 전부터 「치매주간보호소」, 「치매도우미 파견사업」 등 다양한 치매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치매노인 케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국내 첫 치매케어 연구기관인 「치매케어연구소」를 설립했다.
복지관은 치매주간보호소를 통해 지난 4년간 120여명의 치매노인을 낮 시간 동안 돌봤으며 281명의 치매노인 부양가족을 대상으로 고충상담을 실시했다. 아울러 공간의 한계로 지역 내 치매노인을 모두 돌보지 못하는 점을 극복하고자 치매도우미 79명을 양성, 55명의 치매노인 가정에 파견해 치매노인의 기능강화 및 부양가족의 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치매케어연구소는 이처럼 치매노인 복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친 복지관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매연구를 위해 설립한 것으로, 앞으로 지역사회 치매문제에 관련한 연구와 학술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교회운영 복지기관이 아직까지 사회적 관심이 덜한 치매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울러 다양한 치매관련 연구 사업을 통해 치매노인과 부양가족을 돕기 위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앞으로 복지관의 치매노인 관련 사업이 단계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나간다면 노인문제 특히 치매노인과 관련된 정책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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