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가난과 미소함을 본받아
섬김과 나눔으로 어려운 이웃에 봉사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에 위치한 예수의 소화 수녀회 본원. 수녀원 입구에 들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주는 정신지체 자매와 밝은 얼굴로 방문객을 맞아주는 수녀들과 봉사자들의 모습이 이곳의 삶과 수녀회의 정신을 짐작케 했다.
1999년 조철현 신부(현 광주 풍암동 주임)와 김준호(레오) 선생에 의해 창설된 예수의 소화 수녀회(원장=김종순 수녀)는 한국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참으로 독특한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수도회임에도 그 유래가 개신교 수도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도 공동체의 시작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립자인 김준호 선생은 성 프란치스코와 같은 생을 살고픈 마음으로 다리 밑 거지천막에서 가난한 이들을 형제로 여기고 함께 살았다. 이후 김선생은 「성녀 소화 데레사의 자서전」을 읽게 되면서 성 프란치스코와 공통된 「작음의 영성」을 발견하였고 1956년 광주시 북구 화암동에 「무등원」을 마련해 이곳에서 결핵으로 죽어가는 환우들을 친형제?자매처럼 돌보았다.
이 때부터 교파를 초월해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과 미소함을 본받는 삶을 실천하고자 모여든 자매들로 공동체를 이뤘으며, 이것이 오늘날 예수의 소화 수녀회의 모체이다. 1970년대에 이르자 이들 공동체에는 봉사활동을 원하는 가톨릭 신자 자매들도 함께 했으며 이들은 성무일도와 규칙생활을 하며 수도공동체의 모습을 보이게 됐다.
또 한 명의 창립자인 조철현 신부와의 인연은 1976년에 이르러서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무등원 자매들이 성탄 자선 모금을 위해 성당을 찾게 되었고, 당시 광주 계림동본당 주임이었던 조철현 신부가 자매들의 사연을 듣고 이들 공동체에 물적 정신적으로 후원하면서부터였다. 조신부의 도움에 대부분이 개신교 신자였던 자매들은 가톨릭으로 개종을 하고 세례를 받아 성사생활로 신망애를 키우며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어 갔다.
조철현 신부와 김준호 선생은 이 자매들이 주님 손길을 더욱 가까이 느끼며 죽는 날까지 동정의 삶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수도회를 창설하기로 협의했으며, 1981년에는 「무등원」을 소화 데레사의 영성에 따라 「소화자매원」으로 개명하게 되었다. 또한 결핵환자 수가 감소하자 점차 결핵환자에서 정신지체 여성들을 돌보는 공동체로 바뀌어갔다.
조신부는 당시 광주대교구장이었던 윤공희 대주교에게 수도회 창설에 대해 청을 넣었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 1996년 남구 봉선동에 수련소를 신축, 수녀회 창설에 따른 제반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윤대주교는 섬김과 나눔의 생활을 통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가난과 겸손으로 꾸준히 기도 생활을 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후 마침내 1999년 1월 18일 예수의 소화 수녀회 창설을 허락하고 회헌과 회칙을 인준해 주었다.
이후 수녀회는 1999년 3월 1일 수련착복식을 시작으로 예수성심시녀회 정복례 수녀의 지도 아래 정규 수련이 시작됐으며, 점차 수녀회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어 현재는 유기서원자 13명에 청원자와 수련자 4명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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