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뜻있는 자원봉사자가 자녀와 더불어 토마토팔기, 바자에서 기금 모으기 등으로 작지만 아담한 수족관을 어르신들의 요양동에 기증해 주셨다. 그 수고의 결실이 구체화 되던 날! 수족관속의 금붕어들이 노니는 것을 지켜보던 00 어르신의 말씀,
『저것 회쳐 먹었으면 조~오켓다』
『너무 작잖아요』
『그럼 조금 더 키워서 먹지 뭐!. 아니 고서 고니까(거기서 거기니까) 지금 잡자』
한바탕 웃음이 일었지만 진지한 모습을 묻어 버릴 수가 없다. 회가 잡숫고 싶은 건가?
「물고기=회」가 가능하다는 회상이 살아있음이 감사롭다.
우리의 기도와 돌봄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이 어르신들은, 돌보는 이의 마음과 손이 아니면 그 무엇도 누리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기에 우리에게는 인간다움의 권리이자 특혜(?)의 장이 될 쉼터를 마련해 드리고 싶은 소중함 바람을 키워왔다.
특히 배회현상이 심한 우리어르신들! 적당한 운동과 함께 마음껏 거닐며, 해와 땅과 바람과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쉼터!
이런 바람을 바람으로만 묻어두지 않고 마음을 모아 시작한 일이 붕어빵 굽기! 햇빛마을 가족 모두가 힘들지만 그래도 하루에 2~3시간씩을 할애, 돌아가면서 붕어빵을 구워 판 수입을 적립하여 쉼터의 머리돌을 놓자는 것. 미처 손질하지 않은 맨땅이지만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정성을 모아갈 즈음, 하느님께서 사랑이 싹을 틔우는 곳에는 더 큰 사랑이 모여 드는걸 체험케 하셨다.
어느날, 연결고리처럼 이어진 만남으로 P기업의 자원봉사자들을 수호천사로 보내 주신 것. - 황금같은 토요일, 가족들과 함께 할 소중한 시간을 우리어르신들을 위하여 내어 놓는 그 정성들을 축복하소서.
처음에는 남자 봉사자들이고 하시는 일들이 노력봉사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 붕어빵을 제대로 구울 수 있을지 내심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시행착오 속에서 1년을 토요일마다 봉사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모두가 노릿하고 통통, 먹음직스럽게 빵을 구워내는 「붕어빵 박사」들이 되어가고 있다. 그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알려져 P기업에서도 쉼터를 위한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은 어르신들이 배회를 할 수 있는 공간, 가벼운 운동, 재활의 장이 될 쉼터가 꽁꽁 얼은 땅위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붕어빵을 얼마나 팔아야 그 공사금이 충당될지는 아직은 미지수! 여러 사람의 힘과 관심이 모여 사랑이 봉우리를 맺었으니 언젠가는 새로운 모습으로 활짝 피어나리라. 그리고 「금붕어=회」를 기억하는 우리 어르신이 「쉼터=?」 무엇으로 대입하는 기억을 갖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사랑의 붕어빵 먹으러 오이소!』 오늘도 붕어빵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인다.
-김정숙 수녀 〈포항 성모자애원 햇빛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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