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로 끌려갔지만 세례받고 신앙생활
1). 조선 침략과 포로
일본 기리시탄 박해사에서 조선인 신자들의 존재는 임진왜란 때 끌려 온 조선인 포로들 중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였던 것에서부터이다. 그들의 신앙생활과 박해와 순교의 상황은 예수회, 도미니코회, 프란치스코회, 아우구스티노회 선교사의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 침략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와 그의 숙적인 불교신자 가토 기요미사(加藤淸正)를 선두로 하여 1592년 4월 시작하여 1598년 8월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끝났지만 양국의 전흔은 깊었다. 조선에 출병한 수십의 영주들은 제각기 자기의 영토에 남녀노소의 전쟁포로를 보냈다.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은 조선인 약 5만 명 이상이 일본으로 끌려가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조선 침략은 일면 「사람사냥」, 「노예사냥」 전쟁이라고도 한다. 영주 가운데는 매매를 목적으로 피로(被虜)하기도 하였다. 규슈지방의 기리시탄 영주가 많이 참전하였기 때문에 일본에 끌려온 조선인 포로들도 오오무라(大村), 아리마(有馬), 나가사키(長崎), 시마바라(島原), 사쯔마(薩摩), 히라도(平戶), 후쿠오카(福岡), 고토(五島), 아마쿠사(天草), 시키(志岐) 등 규슈지방에 가장 많이 살았다.
2). 조선 기리시탄의 신앙생활
1596년 12월 13일자 나가사키 발신, 루이스 프로이스(L.Frois)의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조선으로부터 와서 현재 나가사키에 머물고 있는 남녀 다수의 포로를 교회로 인도하였다. 2년 전에 1300명 이상이 세례를 받았고, 올해는 고해성사를 받았다. 그들은 성스러운 신앙에 적합한 사람들이고 인간미가 있고 친절한 그들은…」
또 「성금요일 밤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대단히 겸허하게 무릎을 꿇은 사람들이 『신부님 우리 조선인들만 여기 와있습니다. 어제 성목요일에 우리 포로들은 행렬에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자비와 죄 사함을 얻기 위하여 여기에 와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피가 나올 정도로 편태의 고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일본절지단종문사(日本切支丹宗門史)」 1605년 빠제스(L. Pages) 신부의 기록 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측근에서 일하고 있는 부인 중에, 원래 고니스 아우구스티노의 부인의 시녀로 있던 조선 부인이 한사람 있었다. 그녀는 대단히 열심하여 낮에는 장군 부인 처소에서 일을 하고 밤에 성서를 읽고 기도를 하였다. 또 같이 일하는 동배들을 개종시키고 싶은 것이 그녀의 제1의 원이었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의 미녀였고, 천성이 뛰어나고 원만하여 가시밭 속의 장미와 같이 경박한 장군 처소에 있으면서 자기를 잘 지키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기리시탄으로서 덕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는 에도(江戶) 성에 있는 오타 쥴리아(おたあ Julia)의 모습이었다. 이국땅에서 이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를 깨닫고 그것을 자기의 삶에서 표출하는 쥴리아의 놀라운 신앙생활의 한 모습이다. 이외에도 조선인 기리시탄의 신앙생활은 당시 선교사들의 여러 기록에서 알 수 있다.
박양자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