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력 활용
지혜·경륜 바탕으로 한 능력 활용돼야
젊은이에 밀려 노인 취업은 향후 과제로
취업자도 거리청소 등 단순노동이 대부분
‘보살핌’ 대상에서 사목활동 참여 기회줘야
올초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10만개 창출하겠다는 내용의 야심찬 청사진을 내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11일 총 425억원의 예산을 들여 65세 이상 노인들의 일자리 3만5000개를 만들어내겠다는 내용의 「2005년 노인 일자리 마련 사업」을 발표했다. 여기에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 등을 적극 활용하고 노인 취업 박람회 등 예산이 들지 않는 사업들을 활성화하면 올해 1년 동안 총 10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비현실적’
하지만 실상을 보면 이같은 예상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시 말해 보건복지부가 거론하는 대한노인회는 지난해 8월부터 처음으로 전국 261개 지회당 1명씩의 인건비 지원을 받아 노인 일자리 알선 사업을 시작한 기관이고 올해 예산 역시 58억원에 불과하다. 노인 취업박람회도 지난해 7개 광역시에서 8차례 개최했지만 그 성과가 미미하고 올해 횟수를 늘린다고 해도 내실 있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해말 국회 예결산위에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 예산이 절반으로 깎여 사정은 더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일자리 창출 내용을 보면, 거리 청소 등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기존의 생계 지원용 공공근로와 별반 차이가 없다.
보건사회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400만명 가운데 80만~90만명 정도가 근로 의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할 의사를 지니고 있는 노인들이 정작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국가 정책과 사회 구조 안에서 노인들이 일할 기회를 찾도록 해야 하는 것은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고 아직은 요원한 과제이다.
“단기적 처방 그쳐선 안돼”
하지만 어쨌든 고령사회를 우려하면서 노인들의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대한 인식은 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이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경북의 노인 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지난해보다 예산을 무려 52%나 늘린 17억여원을 배정해 1600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상북도는 11억원이 늘어난 32억원의 예산으로 지난해 1500여개보다 대폭 늘어난 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고 특히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자립지원형 일자리」 창출에 힘을 쓴다.
강원도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26억원을 들여 도내 노인 231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건강하고 능력을 갖춘 노인 인력 증가에 따라 시니어클럽, 노인취업지원센터, 18개 시군 등과 함께 공익형, 시장형, 교육형 일자리를 제공한다. 부산시는 37억1300만원을 투입해 3226명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고 울산시는 8억여원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사실상 오늘날 경제 상황의 어려움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 역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처지에서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향후 과제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노인 인구의 급증과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라는 문제는 비단 단기적인 파급 효과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적인 다양한 문제들을 장기적으로 야기할 것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미 많이 확산돼 있다.
지금부터라도 이같은 위험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인 어려움이 확대될 것이며 그때 가서는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도저히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난관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노인 일자리 창출이 단순히 미봉책이나 행정편의주의, 실적주의의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대책이나 정책의 수립에 그칠 경우, 우리 사회와 경제의 미래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취업목적 “생계유지 43.8%”
한편 노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은 노인들의 생활 환경과 조건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즉 실제 일자리를 원하고 일을 하는 노인들은 절반 가량이 생계 유지의 필요성 때문에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인 잡코리아가 조사한 「실버 취업 실태」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 성공 고령자 210명 중에서 생계비 조달을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든 경우가 4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는 용돈(21.34%), 건강(14.2%)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들 중 71.9%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대답했고 특히 20.5%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으며 별로 어렵지 않다고 말한 고령자는 불과 7.8%에 그쳤다.
이처럼 절박한 사정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 많은 노인들은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일하는 노인연대」와 한국노인인력지원기관협회 소속 노인들 2000여명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노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할 필요성은 사회경제적인 요인에서 뿐만 아니라 노인 복지 측면에서도 매우 절박한 문제인 것이다. 결국 고령화 대책의 핵심은 노인에게 일을 주는 것이다.
교회 노인인구 50만 육박
한국 사회는 이미 지난 1999년말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2%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면 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집계,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의하면 2003년 12월 31일 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수는 모두 443만791명이다. 그 중에서 65세 이상의 신자수는 남성이 18만4975명, 여성이 30만8009명이다.
따라서 전체 신자 수 중에서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11.12% 가량으로 이미 한국교회는 고령화 사회의 단계를 훌쩍 넘어서 있다. 한국 사회가 노인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기가 2018년경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국교회는 그보다 훨씬 빨리 고령사회로 들어설 것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003년말 현재, 한국교회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남녀 합해서 49만2984명. 이들에 대한 사목적인 배려는 매우 긴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회의 노인 사목 방향은 복지 문제 해결과 노인대학이나 경로잔치 등 매우 제한적인 영역 안에서만 추진돼왔다.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노인 문제의 해결은 노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사회에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 창출에 그 많은 가능성이 놓여져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의 노인 사목에 있어서도 노인들이 자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교회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몫을 찾을 수 있는 사목적 배려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 사순담화에서 노인사목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면서 특히 노인들에 대한 지원과 시혜에만 그치지 않는, 노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뒷받침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 교황은 담화에서 『노인들은 사회에서 각자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은 더욱 완전한 문명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밝게 비추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서울대교구 시노드에서는 노인들이 자신의 사도직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하면서 최종문헌에서 『교회와 사회에서 한 사람이 수행하는 역할은 결코 어떤 특정한 나이에 중단되는 것이 아니며, 다만 그 시기에 따라 새로운 방법으로 수행되는 것』이라며 『노인들도 사도적 선교 사명을 계속하여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노인사목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노인이 단순히 사목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사목의 주체로 여겨 노인들 스스로가 노인 사목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노인들의 참여를 권장하고 노인 각자의 능력을 증진하도록 조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인들이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교회의 각종 사도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하다. 노인 관련 단체들의 고유한 활동 영역 외에 젊은이들이나 청소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목 프로그램들도 얼마든지 계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내 노인 인구들을 단지 보살핌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노인 사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노인들에 대한 복지활동은 물론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복지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노인들 스스로 교회의 사목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시급한 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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